"의사들이 인턴 레지던트 과정을 거치듯 변호사 역시 3년 정도 혹독한 훈련 과정을 거쳐야 비로소 의료 전문변호사가 될 수 있습니다. "

국내에서 처음으로 '김 할머니에 대한 존엄사' 판결을 이끌어 내는 등 굵직굵직한 의료사건을 맡아온 신현호 의료전문 변호사(51)는 전문변호사의 가장 중요한 자질로 '끈기'를 꼽았다. 신 변호사는 대학에서 의료법학 강의를 하고 있고,이례적으로 경쟁관계인 삼성의료원과 아산병원의 고문을 동시에 맡고 있을 정도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1세대 의료전문 변호사다.

덕분에 그의 밑에서 의료전문 변호사의 길을 걷겠다며 많은 후배들이 찾아오고 있다. 그러나 1년도 안 돼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 신 변호사는 "의료소송이 겉으로는 화려해 보이지만 힘겨운 3D 업종이나 마찬가지"라며 "한 사건이 2년 정도 진행되는 게 대부분이어서 업무량이 많은 데다 수임료도 적어 젊은 변호사들은 쉽게 포기하고 돌아선다"고 말했다. 신 변호사는 그러나 "단기적으로 돈과 편의만 좇다보면 나날이 심해지는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실제 신 변호사 자신도 개업 이후 20년 가까이 한우물만 파왔다. '의료소송'이란 말조차 생소하던 1990년 변호사로 개업한 직후 의료 소송을 첫 사건으로 맡았던 게 인연이 됐다. 신 변호사는 "다들 전문변호사를 거창하게 생각하지만 특정 분야에 대한 목표와 관심을 가지고 꾸준히 노력하면 된다"며 "3년 정도 관심있는 분야의 판례 변화를 주의 깊게 살펴보고 실제 소송을 피드백하는 과정에서 전문성은 자연스럽게 생기게 마련"이라고 말했다.

신 변호사가 말하는 전문성의 기준은 꽤 까다롭다. 신 변호사는 "법정에서 판사를 이해시키고 설득하기 위한 정도의 의학 지식은 갖추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신 변호사는 현재 김 할머니의 가족을 대리해 신촌세브란스병원을 상대로 진행하고 있는 과잉진료비에 따른 위자료 청구소송에 대해 "현재 할머니가 자발적 호흡을 이어가고 있는 상태에서 재판부가 과잉진료 여부를 결정하기가 부적절하다고 판단했고 가족들도 이를 양해해 김 할머니가 돌아가시면 본격적인 재판을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서보미 기자 bm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