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11월께 줄기세포 논문조작 의혹이 처음 제기되면서 과학계는 물론 전 국민을 충격에 빠뜨렸던 '황우석 사건'이 26일 오후 1심 재판부의 심판을 받는다.

검찰은 '사이언스'지에 조작된 줄기세포 논문을 발표해 환자맞춤형 줄기세포 실용화 가능성을 과장해 농협과 SK로부터 20억원의 연구비를 받아내고 여성의 난자를 불법 매매한 혐의 등으로 황우석(56) 박사를 2006년 5월 불구속 기소했다.

2004~2005년 세계적인 학술지 '사이언스'에 연구 논문이 잇따라 실리면서 국가적인 영웅으로 부상했던 황 박사는 논문조작 의혹과 함께 부도덕한 과학자로 전락하면서 생명과학 선진국의 꿈에 젖었던 국민을 공황상태에 빠트렸다.

2006년 6월20일 첫 공판으로 시작된 황 박사에 대한 형사재판은 지금까지 3년4개월 동안 모두 43차례의 공판을 열며 마라톤 공방을 펼쳤다.

황 박사측은 "연구 총책임자로 관리를 소홀히 한 잘못은 인정하지만 논문 조작을 지시하진 않았다"고 맞섰다.

검찰은 황 박사의 진두지휘로 논문이 조작됐다고 판단하면서도 그에 대한 평가는 학계의 자정 능력에 맡겨야 한다고 판단해 '논문 조작' 부분을 직접적인 기소 대상으로 삼지 않았다.

이에 따라 황 박사가 논문의 오류를 알고도 지원금을 타내려 했는지가 법정공방의 핵심 쟁점이었다.

하지만 사건이 방대하고 복잡한데다 첨단 생명공학 분야가 심리 대상이 된 탓에 재판은 쉽지 않았다.

검찰의 수사기록만 2만여 쪽에 달했고, 사이언스에 대한 사실 조회와 금융거래 내역 등 780여개의 증거물이 채택됐다.

100명에 달하는 증인이 채택돼 안규리 서울대 교수, 노성일 미즈메디병원 이사장 등 60명에 대한 증인신문이 이뤄졌으며, 그 사이 재판부가 두 번이나 교체됐고, 황 박사는 총 20여명의 변호사를 투입하면서 기나긴 법정 다툼을 벌였다.

'줄기세포 섞어심기'를 단독 범행이라고 시인한 김선종 전 연구원를 비롯해 정부지원금을 빼돌린 혐의로 기소된 이병천 서울대 교수, 강성근 전 서울대 교수, 윤현수 한양대 교수, 생명윤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장상식 한나산부인과 원장 등 5명도 황 박사와 함께 재판을 받았다.

검찰은 황 박사에 대해 징역 4년을, 나머지 피고인들에 대해선 징역 3년~집행유예를 각각 구형했다.

황 박사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업무상 횡령, 생명윤리법 위반 등 3가지 혐의를 받고 있지만, 각각의 피고인에 대한 유무죄 여부와 형량을 결정할 1심 재판부의 고민은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가 250여쪽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 판결문 작성을 위해 당초 19일로 예정됐던 선고기일을 1주일 연기한 것도 그런 관측을 뒷받침했다.

지금까지 40여 차례의 공판은 서울중앙지방법원 청사에서 가장 큰 417호 법정에서 열렸으며, 그때마다 황 박사 지지자들은 140여석이 넘는 방청석을 가득 메웠다.

1심 선고를 앞두고 45명의 현역 국회의원과 서울 24개 구청장을 비롯해 각계각층에서 황 박사의 선처를 구하는 탄원서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서울대 조사위원회는 2006년 1월 "환자맞춤형 줄기세포는 없다"며 줄기세포 논문조작 의혹을 `실체적 진실'로 공표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웅 기자 abullapi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