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대총장-학생회 `등록금 위원회' 구두합의
대학가 `등록금 투쟁' 새 변수 가능성

내년도 등록금 책정에 대학당국이 학생회의 직접 참여를 허용한 국내 첫 사례가 나왔다.

향후 본격화될 대학가의 `등록금 투쟁'에 새로운 변수가 될지 주목된다.

22일 한국외대 총학생회에 따르면 박철 총장과 학생회는 2010학년도부터 학생회가 참여하는 `등록금 위원회'를 구성해 등록금 액수 결정에 학생회의 의견을 수렴하기로 구두로 합의했다.

학생회 관계자는 "지금까지 학교측이 등록금을 결정한 후 `조정위원회'를 열어 학생회 등의 불만을 접수한 사례는 있었으나 결정 과정에 직접 학생회를 참여시키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기존 제도는 등록금 책정을 마친 후에 논의가 이뤄져 사실상 학교 측에서 학생회 의견을 무시하고 등록금을 확정할 수 있었다는 것이 학생회의 설명이다.

이번 합의는 지난달 학생회가 신입생들의 2학기 등록금 인상분을 돌려달라고 요구하면서 시작됐다.

학교와 학생회는 지난 1학기 신입생들에게 더 높은 등록금 인상률을 적용하는 `신입생 등록금 차등책정'을 철회하기로 합의했지만, 막상 2학기 등록금 고지서에는 신입생들에게 더 높은 등록금이 책정돼 나왔던 것이다.

학교 측에서는 "내년부터 철회하기로 한 것 아니냐. 2학기에는 기존대로 인상률을 적용하는 줄 알았다"고 해명했으나 학생회는 인상분 16만 3천원을 신입생들에게 돌려주라고 요구했다.

학교와 학생회는 결국 인상분 중 8만원을 문화상품권으로 돌려주고 나머지 인상분은 학교 제2도서관 건립에 투자해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는 한편, 내년도부터 학생회가 등록금 책정에 참여하는데 합의했다.

학생회 관계자는 "아직 구두 합의만 된 상황이고 구체적인 활동 계획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앞으로 학생들과의 완전한 합의 없이는 고지서 자체가 발송되지 못하도록 이 제도를 정착시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학생회에서는 재학생들에게 학교의 예결산 현황 등을 분석해 공개하고 등록금을 낮추기 위한 의견을 수렴하는 활동에 힘쓰겠다"고 덧붙였다
한국외대의 사례가 등록금 투쟁이 본격화하고 있는 전국 대학가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국대학생연합 관계자는 "대학들이 대대적으로 올해 등록금을 동결했기 때문에 내년에는 등록금이 대폭 인상될 수도 있어 학생회들이 대책 마련에 주력하고 있다"며 "한국외대처럼 등록금 책정과정에 직접 참여를 요구하는 학생회도 점점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울연합뉴스) 임형섭 기자 hysup@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