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이면 대청초등학교 학생은 200명 수준으로 줄어들어 학교 운영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

서울 강남교육청이 지난 19일 서울 강남 일원동 소재 대청초와 영희초의 통폐합을 추진 중이라고 밝히면서 내세운 이유였다. 강남교육청은 대청초 학생 수가 2008년 321명(12학급)에서 2014년 239명(11학급)으로,영희초는 작년 649명(24학급)에서 2014년 364명(17학급)으로 급감할 것이라는 통계자료까지 곁들였다. 교육계 관계자들도 소규모 학교를 운영하는데서 오는 어려움을 호소하며 통합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정작 학부모와 아이들은 통폐합에 회의적인 반응이다. 대청초의 한 학부모는 "어른들 기준으로 1㎞ 남짓한 거리가 멀다고 생각되지 않겠지만 초등학교 1학년 학생들은 위험할 수도 있는 거리"라고 지적했다. 물리적인 거리감보다 마음으로 느끼는 거리는 더 멀다. 대청초에 다니는 한 어린이는 "그냥 다니던 학교에 그대로 다녔으면 좋겠다"며 통합에 거부감을 보였다. 영희초 어린이들의 반응도 별반 차이가 없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대청초 학부모의 79.9%,영희초 학부모의 49.4%가 통폐합에 반대했다.

분위기가 이런데도 통합을 외치는 교육청 관계자의 속내가 궁금했다. 궁금증은 강남교육청 한 관계자의 말로 풀렸다. 그는 "학교마다 행정 업무는 동일한데 학교가 작으면 교사 1인당 부담해야 하는 업무량이 늘어난다"며 "소규모 학교 운영이 어렵다는 것은 교사들의 잡무가 증가한다는 뜻"이라고 밝혔다. 한 교직원은 "교사들 입장에서는 통폐합이 되면 좋은 거고 안 돼도 별 상관없는 일"이라며 "교육청도 교육위원들 눈치 보느라 맘에 드는 액션만 취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저출산으로 학생 수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소규모 학교 통폐합은 거스를 수 없는 추세로 여겨진다. 하지만 학교 통폐합은 교육 소비자인 학생과 학부모를 위해 이뤄져야 한다. "통폐합으로 이익을 보는 것은 잡무가 줄어드는 교사들뿐"이라는 분위기에서 하는 둥 마는 둥 무성의하게 추진되는 통폐합은 오히려 역효과만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

교육당국은 현재 통폐합 논의에서 주객이 전도된 것은 아닌지 다시 한번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이재철 사회부 기자 eesang6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