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의 역습' 번역, 출간

'완전식품'이라는 별명을 가진 우유. 칼슘이 많은 우유를 먹으면 뼈가 튼튼해지고 키가 커진다거나 몸을 튼튼하게 지켜주는 영양소가 듬뿍 들었다는 게 이제까지의 '상식'이었다.

그러나 프랑스 과학 전문 기자 티에리 수카르는 '우유의 역습'(알마 펴냄)에서 우유가 완전식품이라는 믿음은 낙농업자와 유제품 가공업자들이 만들어낸 거짓된 신화에 불과하다고 지적하며, 나아가 우유와 유제품을 과하게 먹으면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주장까지 펼친다.

현대인들은 어쩌다가 우유의 힘을 믿게 됐을까.

한때 버터나 치즈를 만들 때에나 우유를 썼지 그대로 마시지는 않았던 유럽에서 20세기 들어 유제품 기업이 등장했다.

이 기업들은 낙농업자들과 함께 정부에 로비를 벌여 학교 우유 급식 제도를 도입하도록 했다.

학교를 중심으로 어린이들에게 우유를 먹이는 일은 시장을 넓히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었고, 낙농ㆍ가공업자들은 우유가 아이들의 영양상태를 보충할 훌륭한 음료라는 인식을 사회에 쑥쑥 심어 나갔다.

낙농업자들은 더 효과적인 마케팅을 위해 의료계의 힘을 끌어다 썼다.

사람들에게 우유의 힘을 믿어도 좋다는 확신을 '과학적'으로 심어주는 역할을 의사들에게 맡긴 것이다.

낙농업계가 후원하는 박람회, 학회, 콘퍼런스가 꾸준히 열렸고 의사들은 연구에 돈을 대주는 스폰서의 의도를 외면하지 못했다.

낙농업자들에게 우유의 우수성을 뒷받침할 최고의 '무기'는 칼슘이었다.

이들은 우유를 통해 칼슘을 섭취하지 않으면 골절을 쉽게 당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여기서부터 저자는 본격적으로 우유의 '효능 없음'을 주장한다.

그는 각종 통계 수치와 연구 결과를 가져다 쓰면서 알려진 바와 달리 유제품은 골다공증을 예방하지 못한다는 논지를 펼친다.

골절 발생률은 북미나 북유럽, 오세아니아 등 유제품을 비롯한 동물성 단백질을 많이 먹는 나라에서 특히 높은 반면, 아시아나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남미 등 유제품을 덜 먹는 나라에서 오히려 골절이 덜 발생한다는 것.

인종적 특성으로는 거의 비슷한 지역인 중국과 홍콩을 비교하면 식습관 차이가 골절에 미치는 영향이 더 뚜렷하게 나타난다.

1985년 영국령이었던 홍콩에서 대퇴골 경부 골절을 겪는 여성의 비율은 중국 본토에서보다 4배 높았다.

저자는 그 원인으로 서구 문화가 자리 잡은 홍콩의 중국인이 본토 중국인보다 더 많은 열량을 섭취하며, 특히 동물성 단백질을 많이 섭취한다는 점을 꼽는다.

우유는 골다공증을 예방하지 못할 뿐 아니라 아예 골다공증을 부추긴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골다공증은 오래된 뼈가 새로운 뼈로 대체되는 '뼈 리모델링' 과정에 탈이 난 것인데 노인성 골다공증의 경우 새로운 뼈를 만드는 조골세포가 충분치 않다는 게 문제다.

폐경 이후를 대비해 조골세포의 생산을 자극하지 않고 '아껴둬야' 하는데, 어렸을 때부터 계속 많은 유제품을 먹으면 조골세포의 증식을 너무 일찍 자극해 조골세포의 생산력을 빨리 고갈시킨다는 것.

저자는 나아가 "우유에 발암 촉진 물질이 들어 있다"라는, 낙농업계가 식겁할 만한 주장까지 펼쳐놓는다.

사람이 우유를 마시면 송아지의 성장을 돕기 위한 물질도 함께 먹게 되는데, 현대 농장의 젖소들에서 짜낸 우유에는 옛날 농장 젖소들의 우유보다 더 많은 인슐린 유사 성장인자(IGF)가 들어 있다.

이런 우유를 마셔 인간의 혈중 IGF 농도가 짙어지면 호르몬 체계가 흐뜨러져 암 발병 위험이 높아진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이 책에 제시된 해결책은 간단하다.

유제품은 건강을 위해서가 아니라 맛 때문에 꼭 먹고 싶을 때로 한정해 최소한의 양만 먹고 칼슘은 과일, 채소, 곡류에서 섭취하라는 것. 칼슘의 흡수를 방해하는 동물성 단백질을 줄이라는 것이다.

우유의 효능을 철석같이 믿는 독자가 읽는다면 경악할 만큼 이 책에서 펼치는 주장은 도발적이다.

그러나 예전처럼 일부 전문가나 기업 광고가 이끄는 대로 끌려가는 게 아니라 "스스로 따져보고, 알아보고 먹자"고 생각하는 똑똑한 소비자라면 한번쯤 눈길을 줄 만하다.

김성희 옮김. 320쪽. 1만5천원.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cheror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