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유가증권 대여사업에 5천억 손실

국민연금 보험료를 꼬박꼬박 내도 주민등록번호나 이름이 잘못돼 있어 손해를 보는 가입자가 30만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감사원 감사 결과 드러났다.

국민연금은 또 관련 규정을 무시하고 해외 유가증권 대여사업에 무리하게 투자해 약 5천억원의 평가손실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20일 국민연금공단 기관운영감사 보고서에서 올 5월 현재 국민연금 가입자의 주민번호와 이름이 일치하지 않는 사례가 30만9천825건이며, 징수 보험료도 690억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들 사례 가운데 99%는 국민연금 초기인 1988-2001년 가입자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이 중 5만9천298건(징수 보험료 353억원)을 표본 점검한 결과 1만4천996건(25%)은 가입 당시 주민번호를 잘못 기재하거나 이후에 변동사항을 반영하지 못해 동일 인물이 2개 이상의 주민등록번호로 등록, 관리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 나머지 4만4천302건(75%)은 제대로 된 가입자가 누구인지 파악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감사원은 전했다.

이러한 잘못된 주민번호 때문에 가입 이력이 중간에 단절돼 연금을 실제보다 적게 지급받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예컨대 1989년 6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보험료 2천921만원을 낸 A씨는 노령연금으로 월 33만1천원을 지급받아야 하지만 공단이 초기 10년치 보험료를 잘못된 주민번호로 관리하는 바람에 최근까지 26만2천원만 지급받아온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가입자 이력사항을 올바르게 수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그동안 과소 지급된 연금 급여을 추가 지급할 것을 요구했다.

이와 함께 국민연금은 지난 2005년부터 보유 중인 미국 국채를 빌려주고 수익을 얻는 `대여사업'에 나서 지난해 말 현재 4억1천900만 달러(약 5천억원)의 평가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국민연금이 대여사업을 추진하면서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의 승인을 거쳐야 하는 국민연금법 규정을 무시하고, 아예 안건 상정 조차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아울러 국민연금은 2005년 미국 국채 매입을 위해 한국은행 등으로부터 140억 달러를 조달하는 과정에서 한국은행의 `현금담보 재투자 제한' 지침을 어겼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감사원은 국민연금의 해외유가증권 대여사업이 기금운용위의 통제를 받고 수익 및 위험성 검토가 제대로 이뤄진 후에 추진될 수 있도록 감독을 철저히 하고 시정조치를 취하도록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에게 요구했다.

(서울연합뉴스) 강영두 기자 k027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