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말기암 환자가 신종플루에 걸린 후 사망했다는 소식이 보도되면서 많은 암환자들이나 장기이식,조혈모세포이식 환자,스테로이드나 면역억제제(사이클로스포린 또는 사이토카인억제제 등)를 주기적으로 투여하고 있는 환자 등 면역기능이 저하된 중증 만성질환자들과 가족들의 불안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

그러나 면역력이 극도로 떨어진 환자들에게 신종플루보다 더 큰 복병은 특정 곰팡이균에 의한 침습성 진균 감염이다. 어떤 곰팡이균은 전신 감염될 경우 예후가 불량해 3명 중 1명이 사망할 정도로 치명적이다. 따라서 이런 침습성 진균에 감염된 환자는 신속한 치료를 통해 생존율을 높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아이러니하게도 침습성 진균감염의 증가는 의학 발전과 깊은 연관이 있다. 치료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면역력을 억제해야 하거나 억제되는 사례가 생기는데 이럴 경우 특정 곰팡이균으로 인한 치명적인 감염 질환이 발생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제공된다.

이에 따라 진균감염 질환이 급증하는 추세이며 이를 치료하기 위한 효능이 뛰어난 항진균제들은 최근에서야 개발됐다. 문제는 실제 의료현장에선 보험급여를 받을 수 있는 치료 가이드라인의 임상적 제한으로 효과 좋은 항진균제를 사용하지 못해 치료시점을 놓치는 안타까운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는 것이다.

현재 급여기준에 따르면 이미 오래 전부터 높은 부작용과 내성율이 보고된 치료제를 먼저 7일 동안 써본 후에 효과가 없거나 또는 정해진 누적용량까지 써본 후에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경우에만 더 효과적인 치료제를 처방받을 수 있다. 이 같은 불합리성은 최근 항진균제 사용제에 관한 가이드라인이 개정됐음에도 여전히 10년 전 연구자료를 근거로 삼은 급여기준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발표된 '2008 CID(Clinical Infectious Disease:임상감염질환) 가이드라인'을 보더라도 진균 감염에 대한 '치료실패' 여부를 파악하는 데 7일이 필요하다는 기준은 존재하지 않으며,더구나 침습성 진균 감염이라는 질환의 악성도를 고려하면 7일 후의 평가라는 일률적인 치료(처방)지침은 역으로 환자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

보건당국이 최근 개발된 우수 신약에 대해 적극적인 처방을 제한하려는 것은 한정된 건강보험 재정을 효율적으로 분배하기 위해서다. 이 같은 정부의 고충을 이해하지만 치료 시기에 따라서 생사의 경계가 나눠지는 고위험군의 환자들에게는 7일이라는 기준 제한을 없애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치명적 진균감염에 노출된 환자와 가족들은 이미 많은 비용과 심리적 부담을 감수하면서 마지막 기회로 항암치료,조혈모세포이식,장기이식 등을 선택한 경우가 허다하다. 고통받는 환자들이 좋은 치료제를 시기 적절하게 처방받을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이 이뤄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