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모씨(32)는 지난해 겨울 스키를 타던 중 발목을 삐어 동네병원을 찾았다. X-레이 촬영 결과 큰 이상이 없다는 말을 듣고 증상이 호전되자마자 스키를 타다 또다시 발목을 접질리게 됐다. 이전과는 달리 수 주가 지나도 발목 통증이 지속되자 인대가 파열된 것으로 생각하고 자기공명영상(MRI) 촬영을 했다. MRI 판독 결과 발목의 연골손상(박리성 골연골염)으로 진단돼 관절내시경을 통해 인대봉합술과 연골재생술을 받았다.

5년여 전부터 굽이 조금 높은 신발만 신었다 하면 여지없이 발목을 삐었다는 김춘자씨(54 · 여)는 며칠 쉬면 괜찮아져서 특별한 치료를 받지 않았다.

하지만 해가 거듭될수록 발목이 접질리는 횟수가 늘고 발목이 시큰거려 오래 걷기 힘들 정도로 발목 통증이 심해졌다. 잠을 이루지 못하게 될 정도로 아파 MRI를 찍어보니 발목 연골이 닳아 인공관절이 필요한 상태였다.

등산 스키 등 스포츠 생활을 즐기는 사람들과 '킬힐'같은 굽 높은 신발을 자주 신는 여성들이 늘면서 발목염좌로 고생하는 사람들을 어렵잖게 찾아볼 수 있다.

발목염좌는 발목이 미끄러지거나 충격을 받아 몸의 균형을 잃으면서 발목 외측에 있는 3개의 인대가 부분적으로 파열되는 것을 말한다. 발목 내측에도 인대가 있지만 매우 튼튼해 대부분의 발목 염좌는 외측에서 발생한다.

발목에 힘이 있으면 웬만큼 균형을 잃어도 다치지 않지만 힘이 없으면 삐게 된다. 따라서 평소에 한쪽 발로 서서 균형잡기와 같은 발목 근육 강화운동을 하고 산행 시에는 반드시 등산화를 착용한다.

발목을 자주 삐면 발목관절염의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 하지만 일반인들은 이 같은 사실을 수긍하기 쉽지않다.

박의현 연세사랑병원 강남점 족부센터 부원장은 "발목이 삐어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통증과 부기가 사라지기 때문에 침을 맞거나 붕대를 감는 정도의 치료로 대충 넘기는 경우가 많다"며 "그러나 반복적인 염좌나 운동 또는 산행 후의 통증과 부기는 발목 연골을 손상시켜 관절염으로 진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발목 염좌 환자 중 10% 전후가 다시 발목을 삐게 된다. 이는 초기 손상 시 치료를 받지 않아 인대가 회복이 되지 않았거나,인대가 파열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발목 손상으로 2~3일이 지나도 통증과 부기가 지속되면 병원을 찾아가야 하고 반복적으로 염좌가 일어나면 X-레이나 초음파,MRI를 통해 발목 인대나 연골의 이상을 진단해봐야 한다.

만성적인 발목 염좌에는 크게 두 가지 치료가 시행된다. 첫째 봉합수술로 외측 인대를 재건해야 한다. 다른 부위의 인대를 이식하는 무릎 인대 재건과는 달리 환자 발목 주변의 연부조직을 이용해 수술하므로 적게 절개하고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수술이 끝난다.

둘째 박리성 골연골염처럼 발목 연골이 손상됐거나 관절 사이에 연부조직이 끼인 것을 관절내시경을 통해 치료해야 한다. 빨리 발견하면 미세천공술 또는 자가골연골이식술 등 관절내시경을 이용한 연골재생술로 치료할 수 있다.

미세천공술(미세골절술)은 연골이 없는 관절 부위에 작은 구멍을 내어 원래의 연골과 비슷한 연골이 재생되도록 도와주는 치료다.

병변의 크기가 작거나 심하지 않은 경우 시행하나 재생되는 연골이 정상 연골보다 약해 무리한 활동이나 운동 뒤에 불편한 증상이 나타나는 한계가 있다. 자가골연골이식술은 연골 손상이 광범위하거나 미세천공술 후에도 증세가 지속되는 경우 무릎에서 뼈와 연골을 일부 떼어내어 발목 안에 이식하는 방법이다.

박 과장은 "자가골연골이식술은 절개를 해야 하는 부담감과 수술 자체의 고난이도 때문에 그동안 많이 시행되지 못했지만 자체 평가 결과 환자의 수술만족도가 100점 만점에 91점으로 미세천공술(72점)보다 높았다"며 "수술기기의 발달 및 의료진의 풍부한 경험 덕분에 점차 선호되는 추세"라고 말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