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랜드에서 수백억원을 탕진한 김모씨는 최근 카지노를 상대로 10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그가 강원랜드를 출입하기 시작한 것은 2005년 말.김씨는 바카라 게임에 중독돼 불과 3년 만에 수백억원을 잃었다. 일반영업장보다 1회 베팅 한도액이 최고 100배 많은 V-VIP영업장을 드나든 것도 모자라 1회 1000만원인 베팅 한도를 높이기 위해 이른바 병정(자기 돈으로 게임하지 않고 다른 사람을 위해 그 사람의 돈으로 베팅만 대신 해주는 사람)을 이용해 매회 최고 6000만원의 베팅을 했다. 김씨는 "강원랜드가 병정을 이용해 불법베팅하는 사실을 묵인하는 바람에 피해액이 더 커졌다"고 주장했다.

강원랜드가 도박으로 수백억원을 날린 도박중독자로부터 줄소송을 당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이 지난해 11월 도박중독자가 게임을 계속할 수 있도록 방치한 강원랜드에 대해 손해배상 책임을 처음으로 물은 이후 유사 소송이 줄을 잇고 있다.

◆강원랜드 불법 입증하면 승소 가능

지난해 강원랜드를 상대로 첫 일부 승소 판결을 이끌어낸 정해원 변호사(58)가 현재 대리를 맡은 소송만 8건이다. 소송에 걸린 금액만 3500억원대에 이른다. 강원랜드 측은 지난주 국정감사에서 2000년 개장 이후 이용자들이 제기한 소송건수는 23건이라고 밝혔다. 피고가 승소하는 사례가 속속 나오고 있어 소송에 나서는 이들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강원랜드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고 무조건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손해배상 판결을 받기 위해선 강원랜드의 불법행위가 있었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 강원랜드 측이 한도 이상의 금액을 베팅해도 제지하지 않거나 출입제한 요청을 했는데도 불법으로 출입을 허가하는 등 불법행위를 했어야 한다는 얘기다.

2000년 카지노 개장 이래 가장 많은 손해배상 판결이 내려진 정모씨 사건(소송금액 208억4100만원)의 경우 강원랜드가 한도금액을 넘어서는 초과 베팅을 허용한 점 등이 인정돼 지난해 11월 1심에서 28억4100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났다.

손해배상액 2위인 김모씨 사건(소송금액 208억1100만원)에선 강원랜드 측이 출입제한 조치를 이행하지 않은 점 등이 인정돼 지난 7월 15억5100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내려졌다. 김씨와 부인이 다섯 차례나 출입금지를 요청했지만 강원랜드가 '출입이 세 번 금지되면 영구 출입금지'라는 규정을 어기고 김씨를 매번 출입시켰다.

반면 강원랜드의 명백한 불법행위를 입증하지 못하면 도박으로 거액을 날려도 배상받을 길이 없다. 실제 대구지법은 타인의 회원영업장용 고객 카드를 빌려 도박을 하다 1억8000여만원을 날린 권모씨가 강원랜드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육안으로 볼 때 심하게 다르게 생긴 경우를 제외하고는 카지노 측이 모든 출입 회원들에 대해 신원을 확인할 의무가 없다"며 원고 패소판결했다.

◆배상액 높이기 새 쟁점으로 부상

도박중독자가 강원랜드의 불법행위를 입증한다 해도 1심 법원은 강원랜드의 책임을 20~25%로 제한하고 있다. 즉 강원랜드의 불법행위 때문에 잃은 손해액의 20~25%만 돌려받을 수 있다. 도박중독자에게 자제하지 못하고 지속적으로 도박을 한 책임 등을 묻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인 사건들에서 도박중독자 대리인들은 강원랜드의 책임 비율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정 변호사는 "대법원 판례는 고의로 인한 불법행위일 경우 피해자의 과실을 따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서보미 기자 bmseo@hankyung.com
강원랜드서 수백억 탕진…도박중독자들 돈 돌려받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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