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가 서울 지역을 지하로 관통하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사업을 추진하면서 정작 서울시와 협의하지 않았으며,서울시가 계획 중인 지하도로와 주요 노선이 중복돼 혈세낭비 우려 등의 문제점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교통연구원 용역을 거쳐 다음 달 7일께 발표할 국토해양부의 GTX 타당성 검토에서 경기도가 제안한 3개 노선 동시착공 방안이 수용되지 않으면 GTX는 경제성이 없어 사실상 무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19일 서울시와 경기도에 따르면 GTX는 3개 노선이 서울시 한복판을 관통하며 GTX 총연장 174㎞ 중 서울 구간(86㎞)이 경기 구간(72㎞)이나 인천 구간(16㎞)보다 훨씬 길다.

이에 따라 서울시와의 사전 협의가 반드시 필요한데도 서울시와 경기도 간 구체적인 협의가 전혀 이뤄지지 않아 사업 추진 때 혼선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경기도 관계자는 "작년부터 국토해양부 서울시와 함께 태스크포스팀까지 만들어 논의해왔으며 서울시 실무선에선 GTX 건설에 반대할 이유가 없다면서도 오세훈 시장은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시 관계자도 "경기도와 구체적인 협의가 전혀 안됐다"고 말했다.

GTX는 서울시가 계획하고 있는 지하 대심도로와 겹쳐 사전 협의가 필요하지만 아직 상호협의가 전혀 안된 상태다. 서울시는 지하 40~60m 깊이로 터널을 뚫어 남북축 3개 도로와 동서축 3개 도로를 격자형으로 연결하는 자동차도로를 만들기로 하고 2017년부터 단계적으로 개통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경우 중랑천 밑으로 지나는 구간이 GTX의 청량리~인천송도 구간과 겹치게 된다. 두 지방자치단체 관계자는 "깊이를 달리 하면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기술적으로 전혀 검증되지 않은 데다 중복 건설에 따른 세금낭비 문제를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이 높다. 이 때문에 국책사업인 지하교통망을 놓고 자치단체장들이 주도권 다툼을 한다는 비난도 나온다.

재원조달 문제는 더 심각하다. 경기도는 3개 노선(킨텍스~동탄신도시,의정부시~군포시 금정,청량리~인천시 송도)을 동시착공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성사될지는 미지수다. 4대강 사업과 세종시 건설 등으로 재정압박을 받는 상황에서 국비 1조8000억원이 드는 사업을 정부가 선뜻 수용하겠느냐는 지적이다. GTX에 대한 비용편익은 1.24로 1을 웃도는 것으로 분석됐다. 경제적 타당성이 있다는 의미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3개 노선 동시착공을 전제로 할 때의 얘기다. 순차 착공의 경우 △환승 차질 등으로 승객이 당초 예상치를 밑돌고 △각종 고정비용이 배로 증가할 뿐만 아니라 △노선별 요금체계도 달라져 민원의 대상이 되는 등 난관에 봉착할 수 있다. 1개 노선만 착공할 경우 예상 승차요금은 당초 3000원가량에서 4400원으로 대폭 뛴다. 경기도 관계자도 "재원부족을 이유로 교통연구원에서 단계적 착공을 권유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며 "그럴 경우 정부와 경기도의 재정부담은 각각 1조5000억원과 3000억~5000억원이 추가돼 사실상 GTX 건설이 어렵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민자 추진도 역시 변수다. 경기도는 GTX 건설에 필요한 재원(13조9000억원) 가운데 60%는 민자로 조달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참여의사를 밝힌 현대산업개발 등 3개 컨소시엄 측은 경기도(3개 노선)와 달리 4개 노선 동시 착공안을 국토해양부에 제출했다. 따라서 정부 측 용역결과에 따라 추가 협의가 불가피하다.

수원=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