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0년간 법복을 입은 신임판사 10명 중 4명이 특목고ㆍ강남고교 출신이란 사실은 `개천에서 용난다'는 말이 이제는 우리 속담집에서 사라질 때가 됐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과거 사법시험은 집안사정이 어려워 정규 학력을 갖추지 못한 사람도 스스로 노력을 통해 `입신양명'을 꾀할 수 있는 등용문의 역할을 톡톡히 수행했다.

지난 5월 비극적으로 삶을 마감한 노무현 전 대통령도 상고를 나왔지만 사법시험에 합격하면서 단번에 `신분상승'을 이룰 수 있었다.

그러나 1999년 이후 신임 판사 중 상고ㆍ공고 등 실업계 고교 출신은 1999년 1명(부산상고), 2000년 1명(서울공고), 2001년 3명(유한공고, 덕수상고, 이리상고), 2003ㆍ2004년 각 1명(광주여상), 2007년 1명(수도전기공고), 2009년 1명(서울여자상고) 등 9명에 불과했다.

그나마 2000년 1명과 2001년 3명 등 4명은 사법연수원 6∼13기 출신으로 변호사 생활을 하다 경력 법관으로 선발된 경우여서 실질적으로는 실업계 출신 신규 법관은 5명에 그쳤던 셈이다.

지방 출신이 사법시험이라는 `초고속 엘리베이터'를 타기도 예전보다 많이 힘들어졌다.

1999∼2002년까지 매년 전체 신규 판사의 40%가량을 차지하던 광역시 출신은 올해 26.1%(36명)로 최저치를 기록했고 시군 출신 비율도 2001년 34.8%로 최고점을 찍은 뒤 2008년 20.8%까지 떨어졌다.

과거 사법부에서 `주류'로 인정받던 지방 명문고의 몰락 현상도 뚜렷했다.

비평준화 시절 사법시험 합격자를 전국에서 가장 많이 배출했던 광주제일고와 경북고 출신 판사들은 지금도 여전히 법원에 32명, 30명이 남아 인원수 기준으로 3위, 5위를 유지했지만 1999년 이후에는 신임 판사를 1년에 한명 남짓한 13명과 12명을 배출하는데 그쳤다.

특목고와 강남 고교 출신들은 어린 시절부터 부모의 재력과 사회적 지위를 바탕으로 풍부한 사교육의 혜택을 봤다는 점에서 이들의 약진은 부모 세대의 경제적 능력이 학력은 물론 사회적 지위까지 대물림되고 있음을 웅변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차대운 기자 setuz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