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앞바다에 침몰된 유조선에 남아있던 기름이 22년 만에 제거된다.

16일 기획재정부와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정부는 1988년 포항시 대보면 동쪽 3.5마일 해상에 침몰된 경신호의 잔존유를 내년부터 2년간 전량 회수하기로 했다.

995t급 유조선이었던 경신호는 1988년 2월24일 울산 온산항에서 벙커C유 2천560㎘를 싣고 묵호항으로 가던 중 기상 악화로 좌초돼 침몰되면서 기름 1천900㎘가 바다로 유출되는 사고를 당했다.

이 사고로 당시 영일만 일대 어장 170여개소가 황폐화되고 경주에서 울진까지 42㎞에 걸친 동해안 청정바다가 기름으로 오염되는 재앙이 발생했다.

경신호는 현재 수심 100여m 해저에 선체 선미부가 들려진 채 선수부가 바다 밑에 묻혀 있는 상태로, 잔존유 660㎘ 중에 374㎘ 가량이 남아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정부는 2001년 한국해양연구원에 조사를 맡긴 결과 경신호의 부식상태를 고려, 선체를 인양하는 것보다 잔존유를 제거하는 것이 좋다는 건의를 받았다.

이에 따라 2004년 무인잠수정이 선체에 구멍을 뚫어 기름을 회수할 수 있는 장비를 개발하는 등 본격적인 기름 제거작업에 들어갈 예정이었으나, 예산이 확보되지 않은데다 개발장비 재검토 필요성이 제기돼 미뤄졌다.

정부는 기름 제거작업에 모두 256억 원이 들어갈 것으로 보고 내년 예산에 60억 원을 반영했다.

재정부 관계자는 "20여년 전 경신호가 가라앉았을 때는 해양환경에 대한 인식도가 낮았지만 2007년 태안 앞바다 기름유출 사고로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며 "더욱이 기름이 계속 새어나오는 등 유출 우려가 커져 내년부터 기름 제거에 나서기로 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류지복 기자 jbry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