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태어나는 아이는 줄어드는 추세지만 아이를 키우기 위해 경제활동을 포기하는 사람은 늘어나는 기이한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경제상황이 어려워지면서 할 수 없이 구직을 포기하고 집에 있게 된 사람들이 통계청 조사원에게 편한대로 '육아'를 이유로 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16일 기획재정부와 통계청에 따르면 9월의 비경제활동인구 가운데 '육아'를 비경제활동 사유로 든 사람은 158만7천명이나 된다.

이는 5년전인 2004년 9월의 150만3천명과 비교할 때 8만4천명이나 늘어난 것이다.

'육아' 인구는 2005년 9월에는 144만9천명으로 줄었다가 2006년 9월에 146만4천명, 2007년 9월 147만1천명, 2008년 9월에 154만5천명 등으로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반면에 출생아수는 90년대 이후 눈에 띄게 줄고 있다.

작년 출생아 수는 46만6천명으로, 2007년의 49만3천명에 비해 2만7천명이 줄었고 5년전인 49만명에 비해서는 2만4천명이 감소했다.

10년전인 98년의 63만4천명과 비교하면 16만8천명이나 적은 수치다.

90년대 전반, 즉 91년부터 95년까지는 연간 새로 태어난 아이 수가 70만명을 넘어 지금과는 비교가 안 되게 많았다.

키워야 할 아이들이 적게 태어나는데도 비경제활동인구 가운데 '육아'로 분류되는 인구가 늘어나는 것은 경제활동을 하지 못하게 된 사람들이 통계청 조사원에게 편한대로 '육아'를 이유로 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물론 요즘 사교육 열풍 등으로 아이 키우기가 점점 힘들어지면서 실제로 육아 때문에 직장을 그만두거나 휴직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맞벌이를 해가면서 애를 키우면 부모중 한 명이 전업으로 아이를 키우는 것에 비해 뒷바라지는 소홀히 할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 따라 아예 당당하게 '아이키우기'를 직업으로 내세우는 주부들도 늘고 있다.

통계개발원 분석에 따르면 임금근로자의 평균 출생아수는 1.75명으로, 자영업자 2.13명, 사업주 1.91명, 무급가족종사자 2.30명과 비교해 가장 적다.

월급쟁이로 일하면서 출산을 하는 것은 부담이 많이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최근의 비경제활동인구, 특히 육아 인구의 증가는 분명 부진한 경제상황과 깊은 연관이 있어 보인다.

재정부 관계자는 "최근 수년간 혼인이나 조출생률이 낮아지는 추세임을 감안하면 갑자기 육아나 가사에 종사하는 이들이 늘었다는 점은 경기 요인이 반영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주종국 기자 satw@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