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과장 · 이 대리들의 영원한 술자리 안주는 직장상사다. 직장상사가 '악질'일수록 그 부서 직원들 간의 결속력은 더욱 견고해진다는 얘기도 있다. 동병상련의 이치다. 이번에 마련된 방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화제가 직장상사로 옮겨가자 열기가 후끈 달아올랐다. 다들 사연이 많았다.

최근 이직을 한 한 과장은 직장상사를 △나이스 가이 △악질 △무능력한 순둥이 등 세 가지로 분류했다. 그는 "나이스 가이한테는 충성을 다하고,순둥이도 성심성의껏 도와주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한 과장은 그러나 "악질 상사한테는 기분 나쁘지 않을 만큼 정면대결을 한다"며 "악질 상사가 일을 시키면 절대 능력의 100%를 발휘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은행원인 김 과장도 "상사 중에는 부하직원의 공을 은근히 가로채려는 사람이 있다"며 "그런 상사한테는 최선을 다해 충성하겠다는 마음이 싹 사라진다"고 맞장구를 쳤다. 대신 "아랫사람을 가능한 한 배려하려는 상사에 대해서는 몸이 부서져라 일하는 게 직장인의 속성"이라는 게 김 과장의 '상사론'이었다.

증권사에 근무하는 주 과장은 다른 주장을 폈다. 그는 "개인적으로 정말 독한 상사들도 만나봤는데,가능하면 윗사람의 취향이나 성향에 맞추려고 노력한다"며 "독한 상사도 내가 맞춰주다 보면 잘 해주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그는 "독해 보이는 상사들도 알고 보면 상당히 외로움을 많이 탄다"며 "간혹 이런 거는 이렇게 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조언하면 항상 고마워 한다"고 덧붙였다. '상사도 부하 하기 나름'이라는 논리였다.

홍 대리는 일 욕심이 지나치게 많은 직장상사를 대하는 나름대로의 '처세술'을 털어놨다. 그는 "어떤 상사는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 해도 더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그런 상사한테는 베스트를 다 하지 않고 조금 남겨 두는 게 편하다"고 지적했다. "상사들의 욕심은 끝이 없기 때문"이란다.

유 과장은 "직장에서 과장급이면 말단 사원이나 대리급 직원들로부터 상사 소리를 듣게 된다"며 "내가 후배들에게 어떤 상사로 비쳐지고 있는지도 고민하기 시작할 시기"라고 말했다. 그는 "부장이나 임원들 때문에 늘 고생하는 게 과장이지만,후배들이 간혹 과장에 대해서도 뒷담화를 하는 걸 듣는다"고 털어놨다. 지금은 상사를 안주 삼아 얘기하는 시간이 많지만 갈수록 안줏감으로 올라가고 있는 과장급의 위상을 몸소 체감하고 있는 셈이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