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인력공단 주최 행사서 20명 실력겨뤄

"저도 약간 똥배 나오는데 같이 일하는 친구는 배가 더 많이 나왔어요.

사무실 언니가 애는 언제 낳을 거냐고 물으며 만삭이라 놀리곤 합니다" (방글라데시인 사피 카말 씨)
"한국어는 정말로 어려워요.

큰 소리로 문장을 읽으면 마치 동료들이 싸우는 줄 오해해서 한바탕 웃었던 에피소드도 있었어요" (몽골인 아이골 씨)
11일 오후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국산업인력공단 10층 대강당. 고용허가제가 시행된 지 5년 만에 처음으로 한국산업인력공단 주최로 `제1회 외국인 근로자 한국말 잘하기 대회'가 열렸다.

이날 대회에는 고용허가제로 한국에 입국해 국내 체류 기간이 1년 미만인 외국인 근로자들 가운데 지역 예선을 거쳐 선발된 20명이 개인전, 단체전에 출전해 한국어 실력을 뽐냈다.

개인전에는 베트남, 캄보디아, 방글라데시 등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 근로자 7명이 `형님과 형수님' `한국인 친구들' `한국생활과 나의 꿈' 등 자유롭게 정한 주제로 5분씩 발표를 이어나갔다.

문장 사이마다 접속사 `그리고'를 수차례 연발하는 등 한국어 사용이 다소 서툰 면도 있었지만, 모두 진솔한 내용에 재치 있는 말솜씨로 발표 도중에 여러 차례 환호와 큰 박수를 받았다.

이어서 열린 단체전. 캄보디아, 네팔 국적 외국인 근로자들 13명이 2∼6명씩 짝을 이뤄 4개팀으로 출전, `한글의 기원과 유래' `한국에서의 외국인근로자 생활' 등 에 대해 발표했다.

이들은 빨간색 티셔츠를 맞춰 입고 나와 율동과 노래를 함께 선보이는가 하면 상황극이나 대화 형식으로 이야기를 전개했다.

직장 동료와 단체전에 출전한 캄보디아인 케사렛(22) 씨는 "한국의 추석과 같은 캄보디아의 명절을 소개하고 싶었다"며 "친구들이 응원하러 많이 와 줘서 덜 떨린다"고 말했다.

개인전에 출전한 미얀마인 예앙(30)씨는 "(발표를 준비할) 시간이 없어서 미얀마 선생님한테 이메일로 모르는 것도 물어보고 사전과 책을 보고 연습했다"며 "많이 떨렸는데 상을 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웃었다.

개인전과 단체전 대회 사이에는 사물놀이 공연, 러시아 무용과 마술 공연, 퓨전 탭댄스 공연 등이 펼쳐져 대회 참가자들과 관람객들의 흥을 돋우기도 했다.

이날 대회는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한국말 학습 동기를 부여해 사업장에서 사용자와 근로자 간에 원활한 의사소통이 가능하도록 함으로써 외국인 근로자들이 빨리 한국 생활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하려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유재섭 한국산업인력공단 이사장은 "오늘 본선에 진출한 참가자들은 그동안 겪은 어려움, 편견,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견디며 행복을 찾는 과정을 우리 정서로 잘 표현했다.

어려운 타국 생활 가운데서도 우리 말과 문화를 배우고 최선을 다한 여러분께 존경을 표한다"고 격려했다.

주최 측은 이날 대회에 참석한 개인과 단체 중에서 최우수상ㆍ우수상ㆍ장려상을 선발해 상장과 상금, 여행 상품권 등을 수여한다.

(서울연합뉴스) 김연정 기자 yjkim8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