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콜 학교(삼성),이지무브(현대자동차),IT서포터즈(KT),다솜이 봉사단(교보생명)….' 기업들의 사회공헌활동에 따라 붙여진 이름이다. 삼성이 중국에 짓는 학교에는 '애니콜'이란 이름이 붙는다. 현대자동차는 교통 약자(弱者)를 위한 각종 봉사활동에 '이지무브(easy move · 쉽게 이동하자는 의미)'란 이름을 붙였다. 교보생명의 '다솜이 봉사단'은 이미 유명하다.

이처럼 기업 이름 외에 고유 명칭이 생길 정도로 기업들의 사회공헌활동은 활발하다. 활동도 점차 전략화 · 체계화하고 있다.

◆사회와 함께 성장한다

기업들이 사회 속으로 파고드는 이유는 분명하다. 사회에서 얻은 이익을 사회에 환원하자는 취지다. 사회에 함께 호흡하며 사회와 함께 성장하자는 의미도 담겨 있다. 사회를 도외시한 채 이익만 추구할 경우 영속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간접적 체험도 요인이다.

외국 기업들이 치른 곤욕도 반면교사로 작용했다. 1994년 세계적 스포츠용품업체 나이키는 파키스탄에서 형편없는 임금으로 아동 노동력을 착취하는 기업으로 낙인 찍혔다. 시민들의 불매운동이 거셌다. 이익만 추구한 결과였다. 세계 최대 커피 판매업체인 스타벅스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2001년 스타벅스는 에티오피아의 커피농장에서 1㎏에 300원 주고 산 원두로 25만원어치 커피를 만들어 판다는 비난에 시달렸다.

이런 사례를 지켜본 국내 기업들은 사회와 호흡을 함께 하는 것이 영속 경영에 필수적이라는 판단을 하게 됐다.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사회공헌활동을 강조하는 배경이다. 이윤우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해 5월 취임 이후 처음으로 주재한 사장단회의에서 사회공헌활동 보고를 가장 먼저 받을 정도로 강한 의지를 보였다. 이 부회장은 "글로벌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인종과 나이,지역과 성별을 뛰어넘어 어렵고 소외된 글로벌 이웃에게 사랑을 나누는 '또 하나의 가족'을 실현하자"며 임직원들을 독려하고 있다.

남용 LG전자 부회장은 지난달 22일 미국의 저명한 공공정책 포럼인 우드로 윌슨 국제센터가 수여하는 '우드로 윌슨 기업시민상'을 수상하면서 수락연설을 통해 "LG전자가 지구촌 각지에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운영 중인 다양한 기업시민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회공헌활동이 진화한다

기업들의 사회공헌활동이 활발해지면서 내용도 진화하고 있다. 얼마 전만 해도 '무작위 선택 모형'이 유행했다. 기업 비즈니스와는 관계없이 백화점식으로 기부활동을 펼치는 것이었다. 말 그대로 '일회성 · 행사성' 기부활동에 그쳤다. 한계는 분명했다. 기업 이미지는 제자리였고,매출 증대에도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최근 들어서는 '전략 연계 모형'으로 발전하고 있다. 단순한 자선활동에서 벗어나 업종 특성에 맞는 사회공헌활동을 찾아내 정례화 · 체계화하고 있다. 사회공헌활동을 체계화함으로써 비즈니스의 정체성을 제고하고 브랜드 및 제품 이미지를 구축하는 기회로 활용하자는 취지에서다. 현대차의 '이지무브'나 교보생명의 '다솜이 간병단' 등이 대표적이다.

대상과 지역도 다변화하고 있다. 결손가정과 독거노인 등에서 다문화가정 · 다둥이가정 등으로 대상이 넓어지고 있다. 지역도 국내에 한정하지 않는다. 베트남 중국 터키 등 기업이 진출한 개발도상국에서는 어김없이 활발한 사회공헌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제 사회공헌활동은 기업의 주요한 마케팅 수단으로 부상했다.

사회공헌활동의 3단계로 얘기되는 '공공 연계 모형'도 시도하고 있다. 공공 연계 모형이란 기업이 일방적으로 공헌활동을 펼치는 게 아니라 도움을 필요로 하는 곳을 찾아 공공기관 및 시민단체와 공동으로 펼치는 사회공헌활동을 말한다. 이런 노력의 하나가 사회적 기업이다. 소외계층의 경제적 자립을 돕기 위해 아예 사회적 기업을 만들거나 후원하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교보생명이 후원하는 '다솜이 간병단',삼성전자가 지원하는 '무궁화전자' 등이 대표적이다.

◆간접적 무역장벽에도 대응

기업들이 사회공헌활동을 강화하는 것은 기업의 경제적 · 사회적 · 환경적 책임을 강조하는 사회적 책임경영(CSR)이 국제적 흐름으로 자리잡는 데 대응하자는 의도도 깔려 있다. 현재 국제적 추세는 CSR가 어느 정도인지를 거래 때 반영하자는 의견으로까지 발전하고 있다.

국제표준화기구(ISO)는 이미 환경 인권 노동 등에 관한 사회적 책임을 포괄적으로 규정한 'ISO 26000'을 제정했다.

ISO 26000이 발효된다고 해서 법적으로 구속력을 갖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국제 상거래 표준으로 자리잡을 경우 간접적인 무역장벽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이에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CSR의 일환인 사회공헌활동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전무는 "따뜻한 시장경제를 만들겠다는 기업들의 의지와 국제적으로 강화되고 있는 CSR 추세에 대응하려는 움직임이 어우러지고 있어 사회공헌활동은 갈수록 활발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