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의 사회봉사명령제 이행 협력기관으로 지정된 서울시 서초구의 A병원은 최근 사회봉사명령 대상자들 때문에 한바탕 곤욕을 치렀다. 병실 청소 등의 일을 하던 사회봉사명령 대상자가 다른 대상자를 상대로 전망 있는 사업에 투자하게 해주겠다고 속여 금품을 가로챈 것이다. 또 다른 대상자는 병원으로 자원봉사를 온 여대생을 상대로 "재미있게 해주겠다"며 상습적으로 성추행을 하다 적발되기도 했다. A병원은 즉시 사회봉사명령 대상자를 관리하는 법무부 보호관찰소에 이 사실을 통보하고 이들을 돌려보냈다. A병원 관계자는 "사회봉사명령 대상자의 80%는 성실하게 봉사활동을 하고 기간이 끝난 뒤에도 자발적으로 병원에 도움을 주기도 하지만 일부는 봉사활동을 하기는커녕 병원에 피해를 준다"고 하소연했다.

법무부가 강제적인 봉사활동을 통해 범죄인을 교화하고 '죄값'을 치르도록 하기 위해 활용하고 있는 '사회봉사명령'이 집행 현장에서 예상치 못한 문제점을 노출,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법원이 집행유예를 선고하면서 사회봉사명령을 내린 건수는 3만9911건으로 3년 전의 2만9297건보다 36% 늘었다. 올해 상반기에도 이미 지난해 수준을 뛰어넘는 2만156건의 사회봉사명령이 내려졌다. 내년부터 이러한 증가세는 더 가팔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법무부가 지난달 말 300만원 미만의 벌금을 선고받은 피고인에 대해 벌금을 낼 형편이 안될 경우 노역 대신 사회봉사로 대신할 수 있게 하는 특례법을 도입하면서 매년 벌금을 미납해온 3만~4만명 가운데 상당수가 사회봉사를 신청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실제 법무부가 특례법을 시행한 지 열흘 만에 780여명이 사회봉사를 신청했다.

하지만 보호관찰소와 협력을 맺고 이들을 관리 · 지원하는 병원 보건소 등 협력기관들은 매년 대상자들이 늘어나는 것과 비례해 증가하는 피해에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일부 사회봉사명령 대상자들이 협력기관에서 사기와 성추행 등 2차 범죄를 저지르거나 협력기관 직원은 물론 환자들과 마찰을 빚는 사례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협력기관들은 이 같은 부작용의 원인으로 사회봉사명령 대상자들에 대한 사전 교육 및 조치 허술을 꼽고 있다. 현재 보호관찰소는 사회봉사명령 대상자들을 협력기관으로 내보내기에 앞서 준수 규칙 등에 대해 설명하는 사전 교육을 실시하고 있지만 1회성에 그치는 데다 그나마도 2~3시간에 불과해 교육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협력기관들이 사전예방에 나서기도 쉽지 않다. 사회봉사명령 대상자들의 죄명 등 개인정보를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는 관리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서울 동대문구의 한 복지센터 관계자는 "보호관찰소가 편견을 없앤다는 이유로 이들의 죄명 등을 사전에 알려주지 않을 뿐더러 협력기관에서도 오해를 살까봐 물어볼 수 없는 상황"이라며 "사회봉사명령 대상자가 오면 혹시 불상사가 생기지 않을까 불안하기도 하고 아이들의 교육에도 신경 쓰인다"고 말했다. 사회봉사명령 대상자들에 대한 건강검진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현장에 배치되는 것도 협력기관에는 부담이다. 협력기관의 상당수가 면역력이 약한 어린이 노인 장애인 등을 보호하고 있는 기관이기 때문이다.

특례법 시행으로 노역 대신 사회봉사를 신청하는 벌금 미납자들이 본격적으로 사회봉사를 시작하는 이달 말부터는 협력기관들의 인력 수급이나 관리 · 운영 문제도 본격적으로 불거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970곳의 협력기관이 보호관찰소와 협력을 맺고 매년 4만명에 가까운 사회봉사명령 대상자들을 받아들여 관리하고 있지만 현재도 관리 인력이 빠듯한 수준이다. 법무부는 새로운 협력기관을 선정하거나 보호관찰소가 직접 봉사활동을 집행하는 방법 등을 모색하고 있지만 뾰족한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서보미 기자 bm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