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닷컴]교사가 건강검진을 위해 여자 초등학생의 가슴을 만졌더라도 성추행에 해당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교사와 제자의 관계를 떠나 초등학생의 성적 수치심을 적극적으로 인정한 판결이어서 주목된다.

대법원 3부(주심 안대희 대법관)는 건강검진을 받겠다고 찾아온 12세 초등학생들의 가슴을 만지는 등 성추행한 혐의(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법 위반)로 기소된 이모(60) 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고 11일 밝혔다.

재판부는 “비록 피해자가 호기심에서 피고인을 먼저 찾아갔고 함께 간 학생들이 보는 가운데 이뤄졌다고 해도 이씨의 행위는 객관적으로 피해자와 같은 처지에 있는 평균적인 사람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이씨의 행위로 정신적ㆍ육체적으로 미숙한 피해자의 심리적 성장 및 성적 정체성 형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있어서 추행에 해당한다고 평가할 수 있고 당시 정황 등에 비춰볼 때 이씨의 범행 의도도 인정된다”고 덧붙였다.

교사로 재직하다 목사 안수를 받았던 이씨는 초등학교 기간제 교사로 일하던 2007년 10~11월 건강검진을 받으러 온 여학생 3명의 가슴과 배,이마 등을 만져 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평소 수지침과 상담치료에 관심이 있었던 이씨는 여학생들이 찾아와 진맥을 부탁하자 책상에 눕게 하고 상의 속에 손을 넣어 배와 가슴 부위를 만져보거나 쓰다듬듯 눌러보기도 했다.

1심과 항소심은 “여학생들이 스스로 진맥을 부탁하려고 이씨를 찾아갔고 이씨가 수지침을 정식으로 배워 건강검진을 해왔으며 사실상 공개된 장소인 학교 연구실에서 건강검진 차원으로 친구들과 함께 있는 여학생의 몸을 누르거나 두드린 점 등을 종합하면 객관적으로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는 행위라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피해자 3명 중 A양이 가슴을 만질 때 싫은 내색도 했고 싫다고 얘기도 했다고 증언했고,공소장에 포함되지 않은 또다른 여학생들이 가슴을 만질 때 적극적으로 싫다는 표현을 했거나 성폭력을 당했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진술한 점을 적극적으로 해석했다.

다만 대법원은 A양과 함께 피해자에 포함된 나머지 2명에 대해서는 이씨가 이마나 옆구리 등을 만지거나 툭툭 쳐보고 건강이 좋지 않다고 말해준 점을 감안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유지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