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오전 11시께 국내 최장 교량(橋梁)으로 건설 중인 인천대교.오는 16일 준공(정식 개통은 19일 0시)을 앞두고 가드레일 설치 등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었다. '공사 중 차량제한속도 40㎞'를 확인하고 인천대교 진입부인 인천 송도신도시 쪽에서 차를 몰았다. 제한속도에 맞추니 다리를 건너는 데만 30분이 걸렸다. 해상교량 시공을 맡은 삼성조인트벤처 관계자는 "어른이 걸어서 건널 경우에도 5시간은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교량들이 길어지고 있다. 특히 교량의 아름다움은 물론 대형 선박의 항로 공간을 함께 확보한 고난도 특수 교량들이 잇따르고 있다.


인천대교는 육상교량 등을 포함한 총 길이가 21㎞380m에 달한다. 차량에서 내려 다리 중간에 설치된 주탑(철선을 연결해 교량 중심부를 지탱하는 탑)을 올려다 봤다. 눈길이 주탑 구조물을 따라 끝 부분에 도착하는 데에도 몇 초는 족히 걸렸다. 실제 이 주탑 높이(238.5m)는 서울 여의도 63빌딩과 불과 10.5m 낮으며 삼성동 무역센터보다는 10m 이상 높다.

인천대교 등장 이전까지 총연장 부문 정상을 지키던 교량은 부산 광안대교.2003년 완공된 이 다리는 총 길이가 7㎞420m로 6년 동안 왕좌에 올라 있었다. 부산 가덕도와 거제도를 잇는 거가대교(총 8㎞200m)가 내년 말에 완공되면 광안대교는 3위로 밀려나게 된다. 서해대교(7.3㎞)와 2011년 개통될 금빛대교(전남 고흥 소록도~거금도 6.7㎞),영종대교(4.4㎞)도 4~5㎞를 넘는 장대대교로 분류된다.

인천대교는 총연장 기준으로 전 세계 7위에 랭크될 예정이다. 미국 코즈웨이교(38.4㎞),중국 항저우대교(38㎞)와 동해대교(31㎞) 등이 1~3위에 올라 있다. 교량기술의 경연장이 되고 있는 특수교 부문에서도 한국의 성장은 눈부시다. 교량 중간에 교각을 없애 대형 선박의 왕래를 쉽게 하고 다리의 개방감을 극대화하기 위한 특수 공법 교량에는 사장교와 현수교가 대표적이다.

사장교인 인천대교의 경우 중간에 교각이 없는 주탑 간의 거리가 800m에 달한다. 이는 국내 1위,전 세계 사장교 부문에서도 5위 수준이다. 올해 말 완공예정인 전남 여수의 한돌대교의 주경간 거리는 500m,서해대교는 470m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를 경험한 국내 건설업계의 특수교 기술력은 최근 10여년 사이에 급속도로 성장했다. 국내 첫 사장교는 1984년 준공된 진도대교.이 교량은 그러나 상대적으로 설치하기 쉬운 강판 구조여서 업계에서는 요즘 일반화된 콘크리트 구조의 첫 사장교로 1990년 세워진 올림픽대교를 꼽는다.

건설기술연구원의 황윤국 구조교량연구실장은 "1990년대 후반 건설업체에 설계와 시공을 동시에 맡기는 턴키 발주가 늘어나면서 고난이도 특수 교량이 본격 건설되기 시작했다"며 "주탑 간 거리가 800m대인 사장교가 인천대교에서 나온다는 것은 국내 교량기술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점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특히 내주 시공사가 선정될 새천년대교(전남 신안 압해도~암태도 7.2㎞)의 경우 삼성건설 현대건설 등 일부 업체들이 사장교 주탑 간 거리를 1㎞ 이상으로 설계해 입찰한 상태여서 세계 1위권의 사장교가 나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김철수 기자 kcsoo@hankyung.com


◆사장(斜張)교 · 현수(懸垂)교=사장교는 인천대교처럼 교량 중앙에 세워지는 주탑에서 다리 상판까지 철선을 비스듬하게 연결,상판을 떠받치는 방식이다. 현수교는 광안대교처럼 2개의 주탑을 철선으로 연결한 뒤 다시 연결 철선에 여러 개의 철선을 수직으로 매달아 상판을 유지하는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