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오전 7시30분 서울지하철 신도림역.1호선에서 2호선으로,2호선에서 1호선으로 각각 갈아타려는 승객들로 극심한 혼잡이 빚어졌다. 통로 바닥에는 '우측통행'이란 표지가 붙어 있었지만 신경쓰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2호선에서 1호선으로 환승하려던 한 시민은 좌측으로 급히 뛰어 올라가다 마주보며 내려오던 다른 시민들과 부딪히기도 했다.

비슷한 시간 1호선과 6호선이 만나는 동묘역.우측보행에 맞춰 며칠 전부터 환승 통로를 연결하는 에스컬레이터의 방향이 바뀌었지만 대부분의 시민들은 여전히 좌측보행을 하고 있었다. 기자가 인파를 뚫고 우측보행을 시도하자 "왜 밀치느냐"는 짜증 섞인 반응만 되돌아왔다. 직장인 이현석씨(28)는 "보행자들이 아직도 습관적으로 좌측보행을 하고 있어 우측보행을 지키기가 오히려 불편하다"며 "우측보행을 고집하기가 쑥스러워 평소 다니던 대로 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내년 7월 전면 시행을 앞두고 지난 1일부터 지하철,철도,공항 등 대중 교통시설과 공공기관에서 우측보행이 시범 실시되고 있지만 인식부족으로 정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유동 인구가 많은 출퇴근 시간대 지하철 환승역을 중심으로 혼란이 여전하다. 국토해양부 서울메트로 서울도시철도공사 등은 우측보행에 맞춰 에스컬레이터 운행 방향을 바꾸고 계단과 벽에 '우측보행' 스티커를 붙이고 있지만 일부 환승역에선 보행 동선이 뒤섞여 혼잡한 상황이다.

운행 방향을 바꾸기 힘든 구형 에스컬레이터가 설치돼 있거나 동선변경이 어려운 일부 환승역에선 우측보행을 늦추는 곳도 생겼다.

지하철 1 · 3 · 5호선 환승역인 종로3가역에선 승객들이 좌측보행을 하고 있다. 에스컬레이터와 무빙워크(수평보행기)도 여전히 좌측보행 방식으로 운행되고 있다. 역사 벽면에는 '보행 충돌이 예상돼 당분간 그대로 운행하며 수평보행기의 안전장치 설치 이후 순차적으로 변경하겠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2 · 9호선 환승역인 당산역도 에스컬레이터를 좌측보행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우측 보행이 조기에 정착되려면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직장인 이성구씨(47)는 "포스터나 스티커보다 시민들이 걸어다니는 길이나 에스컬레이터에 화살표나 중간선을 그어 표시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라며 "일부 지하철역에만 그려져 있는 화살표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대학생 이정수씨(27)는 "지하철 방송을 통해 반복적으로 우측보행의 장점을 알리고 자원봉사자와 안내원을 곳곳에 배치해 우측보행을 유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국교통연구원 유정복 박사는 "동시다발적인 캠페인을 벌인다면 우측보행이 이른 시일 내에 정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토해양부 박현철 교통안전복지과장은 "인간의 90% 이상이 오른손잡이인 데다 회전문이나 국제공항 게이트 등도 우측보행을 기준으로 설계돼 있어 우측보행으로 바꾼 것"이라며 "시범 시행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파악하고 개선시켜 본격 시행 때는 시행착오를 최대한 줄일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재철 기자 eesang6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