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야 다시 돋아라.날자,날자,날자,한 번만 더 날자꾸나. 한 번만 더 날아 보자꾸나. '

이상의 소설 《날개》의 끝 문장이다. 이상의 탄식은 자기 폐쇄적인 현대인들이 함께 외치고 싶어하는 말일지도 모른다. 현대인의 자기 분열적인 분출 욕망을 '날개'로 형상화한 색다른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 청작화랑에 마련된 중견화가 김지현씨(57 · 추계예술대 교수)의 개인전에서는 현실과 이상,의식과 무의식 등 이분법적인 세계를 초월하려는 듯한 날개의 이미지를 담은 회화 작업을 만날 수 있다. 동양화를 전공한 김씨는 1985년부터 한지부조 작업을 해오다 2004년부터는 부조와 회화의 접목을 시도하며 초현실주의적인 작품에 열중하고 있다.

이번 전시회의 주제는 '해방과 초월의 의미'.현대인들이 갈망하며 무의식 속에 차곡차곡 간직해온 욕망과 자연의 아름다움을 화폭에 서정적으로 풀어낸 작품 20여점을 출품했다.

작가는 작품 제목 앞에 'Fly'(날다) 단어를 꼭 붙인다. "날다는 하늘을 나는 것이자,이상 세계에 대한 갈망이 담겨 있다"고 설명하는 그는 작품을 통해 우리에게 이런 날개가 있음을 환기시킨다. "이상 세계는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곁에 존재하지만 안에 갇혀 인식하지 못할 뿐이지요. 자유로운 비상은 관습 속에 갇힌 자아를 찾는 과정이고요. "

그의 신작 '플라이(FLY)-색계'(사진)는 화면에 남녀 누드를 그리고 그 위에 한지로 날개를 달았다. 도심의 모습과 남녀 누드를 대비시켜 잠재된 인간의 성적 욕망을 담아낸 작품이다. 18일까지.(02)549-3112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