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아침 8시,서울 을지로 하나은행 본점 1층 로비는 검은색 정장에 하얀색 셔츠를 맞춰 입은 젊은 남녀들로 가득했다. 지난달 실시한 대졸 정규직 공채에서 최종 합격해 이날부터 연수에 들어간 신입 행원들이었다.

취업난 속에 85 대1의 경쟁률을 뚫고 입행한 만큼 신입 행원들은 모두 밝고 활기찬 표정이었다. 그러나 하나은행은 이들의 입행과 함께 한 가지 고민을 안게 됐다. 신입 행원의 급여를 정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주요 시중은행과 국책은행 등 금융권 대부분이 신입 직원의 임금을 지난해보다 20% 삭감하기로 결정한 것과 달리 하나은행 노사는 아직 합의를 보지 못한 탓이다.

하나은행 사측은 다른 은행과 마찬가지로 신입직원의 임금을 20% 깎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비록 3분기에도 1500억원 이상 흑자가 예상되지만 아직 경영 상황이 금융위기 이전으로 회복됐다고 보기는 어려운 데다 전 금융권에 불고 있는 임금 삭감 바람을 홀로 거스를 수도 없기 때문이다.

반면 하나은행 노조는 신입직원 임금 삭감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맞서고 있다. 지금도 신입 연봉이 낮은 상황에서 임금을 삭감하면 향후 우수 인력 확보가 어려워진다는 것이 노조 측 주장이다. 노조 관계자는 "20%를 삭감하면 신입 행원의 연봉은 2000만원대 중반으로 떨어져 타 은행과 500만원 이상의 격차가 생긴다"고 말했다.

하나은행 신입 행원들은 앞으로 5주간 연수를 받은 뒤 다음 달 중순 현업 부서에 배치돼 이때부터 정식으로 월급을 받게 된다.

하나은행 노사는 기존 직원의 임금에 대해서도 입장 차를 보이고 있다. 사측은 기존 직원에 대해 5%의 임금 반납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노조는 지난해 연차휴가 의무사용을 통해 이미 5% 이상의 임금 삭감 효과가 있었으므로 추가적인 임금 삭감이나 반납은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