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기업의 경영권 방어장치인 `포이즌 필' 도입에 반대하던 공정거래위원회가 사실상 찬성으로 돌아섰다.

공정위는 8일 국회 정무위원회에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서 "앞으로 포이즌 필 도입을 위한 절차가 진행될 경우 부처협의 등의 과정에서 부작용이 최소화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포이즌 필은 기업이 적대적 인수.합병(M&A)에 직면했을 때 임금 인상 등을 통해 매수 비용을 늘려 상대방의 M&A 시도를 포기하게 하는 것이다.

또 적대적 세력이 특정기업의 지분을 늘릴 때 기존 주주들에게 신주를 낮은 가격으로 살 수 있는 콜옵션을 부여하는 방안도 해당한다.

공정위는 "경영권 방어 수단 도입은 경영의 비효율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고 적대적 M&A 발생 사례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외국 자본에 대한 차별조치로 비칠 수 있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투자 활성화를 위해서는 경영권 안정이 필요하므로 차등의결권 등 다른 방어수단에 비해 부작용이 적고 미국.일본.프랑스 등 선진국에서 이미 시행하는 제도(포이즌 필)의 도입이 필요한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공정위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M&A에 대한 방어수단이 현재도 충분하고 그동안 적대적 M&A사례도 거의 없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방어수단이 부족하다고 보기 곤란하다"며 반대하던 입장에서 물러선 것이다.

백용호 전임 공정거래위원장은 작년 10월 한 강연에서 "경영권 보호장치 도입에는 매우 신중해야 한다"며 "시장발전을 위해 진입과 퇴출의 장벽을 쌓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기업환경 개선을 위해 포이즌 필 도입이 필요하다는 것이 정부 입장이기 때문에 공정위로서는 마냥 반대하기 어렵다"며 "도입하더라도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의견"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문성 기자 kms123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