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관리 동아건설 자금부장이 은행과 공모 범행
도박, 주식투자, 경마 등에 탕진…경찰 3명 구속


은행직원과 짜고 회사 공금 1천800억여원을 빼돌려 주식투자와 도박 등에 탕진한 법정관리 회사의 자금부장이 경찰에 검거됐다.

서울 광진경찰서는 위조문서를 이용해 거액의 회사 공금을 빼돌린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으로 동아건설 자금부장 박모(48)씨와 범행을 도운 하나은행 전 직원 김모(50)씨를 구속했다고 7일 밝혔다.

횡령한 회삿돈을 숨긴 혐의로 박씨의 부인 송모(46)씨를 구속하고 박씨의 도피를 도운 회사 동료 권모(여)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박씨는 2001년 주식투자를 시작해 손실을 보자 2004년 9월부터 올해 3월까지 "회사 자금을 운용해 수익을 올리고서 재예치하면 문제 없다"며 하나은행 지점에 근무하던 고교 선배 김씨를 안심시키고서 출금청구서 등 문서를 위조해 48차례에 걸쳐 은행에 예치된 회사 운영자금과 하자보수보증금 1천억원을 착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올해 4월부터는 김씨가 본점으로 발령나 공모가 어렵게 되자 신한은행에 채무 변제금으로 예치된 897여억원을 회사 서류를 위조하는 방식으로 인출한 혐의도 받고 있다.

박씨는 법인인감을 미리 찍어둔 예금 청구서를 위조해 사용하거나 제삼자의 허가가 있어야 예금을 인출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인 `질권설정'을 서류상으로만 허위로 설정하는 수법 등으로 돈을 빼돌린 것으로 조사됐다.

박씨는 빼돌린 돈 가운데 900여억원을 주식투자, 도박, 경마를 하거나 별장과 외제 승용차를 사는데 탕진하고 나머지는 횡령액을 돌려막는 데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수사가 시작된 7월 이후 3개월여간 주변인들의 행적을 추적하다 지난 2일 추석을 앞두고 부인과 만나던 박씨를 검거했다.

경찰은 박씨가 거액을 횡령한 과정에 회사 고위층이 연루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고위층 연루여부를 조사 중이다.

현재 동아건설과 신한은행은 신탁된 채무변제금의 인출에 대한 책임을 놓고 민사소송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회사가 법정관리에 들어가게 되면서 주변 관리 감독이 소홀한 데다 박씨가 자금부서를 담당하다 보니 기업들의 공금 관리의 허점을 잘 알아 이런 범행이 이뤄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박씨는 "회사가 파산하면서 계속 다니고 싶은 마음이 사라졌고 도박에서 돈을 잃어 횡령하게 됐다.

회사와 은행 관계자들께 죄송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연합뉴스) 이상현 기자 hapyr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