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형법적용 안되지만 처벌은 가능"

은행 등 금융기관을 사칭한 이메일을 이용해 개인정보를 알아내고 피해자의 계좌에서 돈을 빼가는 `인터넷 피싱'은 형법상 사기죄에 해당할까? 절도죄에 해당할까?
정답은 둘 다 `해당사항 없음'이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주최로 7일 오전 10시 서울 서초구 양재동 엘타워에서 열리는 학술대회에서 연세대 법학과 전지연 교수는 `인터넷피싱의 형사법적 책임'을 주제로 인터넷 피싱 처벌과 관련해 다양한 법조항을 검토한 결과를 발표한다.

전 교수에 따르면 인터넷 피싱의 핵심단계인 피해자를 속여 개인정보를 알아내는 행위는 형법으로 처벌이 불가능하다.

형법 제329조 절도죄가 성립하려면 타인의 `재물'을 절취해야 하지만 개인정보가 `재물'에 해당하는가에 대해서는 다수의 법학자들이 `그렇지 않다'는 해석을 내리고 있기 때문.
형법 제347조 사기죄 역시 마찬가지. 사기죄가 성립하려면 개인정보를 취득해 `재산상 이익'을 얻어야 하지만 개인정보 자체는 재산이 아니라 재산거래를 가능하게 하는 열쇠의 역할을 하는 것에 불과하다는 해석이다.

형법 제316조 비밀침해죄 적용도 쉽지 않다.

형법상 비밀침해죄는 `기술적 수단'을 이용해 비밀을 알아내야 하지만 인터넷 피싱의 특성상 피해자가 스스로 개인정보를 입력하기 때문에 기술적 수단을 이용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전 교수는 그러나 피해자의 개인정보를 이용해 피해자의 계좌에서 돈을 빼가는 행위는 형법 제347조의 컴퓨터사용사기죄에서 규정한 `권한없이 정보를 입력'한 것에 해당해 처벌이 가능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또 피해자의 개인정보를 알아내는 행위도 형법에 따른 처벌은 어렵지만 정보통신망법상 `속이는 행위에 의한 개인정보수집 위반'으로 처벌할 수 있으며 금융기관을 사칭해 무작위로 이메일을 보내는 행위는 정보통신망법상 `전자우편주소의 무단 수집행위 금지'에 해당한다고 분석했다.

전 교수는 "인터넷 피싱 등 첨단기법을 이용한 사이버 범죄의 피해가 날로 커지고 있지만 관련법에 대한 연구는 거의 없다시피 하다"며 "진화하는 사이버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법 적용을 검토해 처벌 논리를 탄탄하게 다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kind3@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