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가 교섭권을 개별 기업노조에 넘겨주지 않기로 해 현대차 지부(현대차 노조)와의 정면 충돌이 불가피해졌다.

금속노조 박유기 위원장은 6일 울산시청에서 당선 후 첫 기자회견을 갖고 "현재의 금속노조 규약상 교섭권을 기업 지부에 위임 못하게 돼 있다"며 현대차 지부가 요구한 교섭권 위임에 대해 거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는 "금속노조의 교섭권 및 체결권을 산하 지부에 위임해야 한다"는 이경훈 현대차 지부장의 입장과 배치되는 것이다.

더욱이 이 지부장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금속노조의 교섭권이 위임되지 않을 경우 조합원 의사를 물어 중대 결단을 내릴 수도 있다"는 초강경 의지를 밝힌 상태여서 향후 양측 간 갈등이 결별의 수순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박 위원장은 또 2006년 노조 창립기념품 납품비리와 관련,자신에게 내려진 조합원 자격정지 1년 징계에 대해서도 "금속노조가 재심 권한을 갖고 있다"고 밝혀 현대차 지부와의 또 다른 갈등을 예고했다.

이 지부장은 박 위원장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공식 언급은 피했다. 이 지부장은 지난 기자회견에서 "박 위원장의 징계 문제는 노조 대의원대회 결정에 따르겠다"고 밝혔다. 따라서 오는 12일 개최 예정인 현대차 지부 확대운영위에서 박 위원장에 대한 징계가 그대로 확정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만약 징계가 확정될 경우 금속노조는 박 위원장의 자격 유무에 대한 법적 논란에 휩싸일 전망이다. 박 위원장의 이날 발언은 이 같은 상황에 대해 미리 선을 그은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처럼 양측 수장이 취임도 하기 전에 교섭권을 놓고 대립하면서 현대차 지부의 올해 임단협도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또 양측의 갈등이 확산될 경우 "복수노조 허용과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와 관련해 (총파업을 예고한)민주노총과 공동대응하겠다"는 박 위원장의 방침대로 현대차 지부가 민주노총의 파업에 참여할지도 불투명하다.

이 지부장은 이미 "1년 12개월간 파업을 결의해 무분별한 정치파업을 한다면 현장 조합원들이 과연 동의할까"라며 민주노총의 파업 동원에 대해 거리를 두겠다는 입장을 밝혀 놓은 상태다. 이에 대해 박 위원장은 최근 한 지방지와의 인터뷰에서 "만약 현대차 지부가 금속노조의 파업 방침을 따르지 않는다면 결의사항 위반으로 제재할 수도 있다"고 말해 정면대응 입장을 밝혔다.

이처럼 양측이 처음부터 첨예하게 대립하는 양상을 보이자 노동계 안팎에서는 산별론자인 박 위원장과 금속노조의 개혁을 주장하는 이 지부장이 손을 잡기는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이번 금속노조 위원장 선거에서 박 위원장은 64.1%의 득표율을 기록했지만 현대차 지부에서는 과반에도 못 미치는 지지율을 얻는 데 그쳤다. 노동 전문가들은 현대차 노조 조합원들의 반(反)금속노조 정서가 예상보다 강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