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을 맞아 성묘하러 갔다가 밤을 주워온 50대 형제가 경찰에 입건됐다.

5일 경찰에 따르면 박모(55)씨는 추석 전날인 지난 2일 오전 동생(53)과 함께 전북 정읍시 입암면 선산에 벌초 겸 성묘를 하러 나섰다.

조상의 묘소를 다듬고 성묘를 한 뒤 기분 좋게 음복까지 한 형제는 산에서 내려오다 길가에 무수히 떨어진 밤송이를 보고 '설마 주인이 있을까'라는 생각에 줍기 시작했다.

한참 동안 100여 알(3.5kg)을 가방에 주워담아 차에 올라타려는 순간 어느 할머니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형제는 별생각 없이 정읍시내 집으로 차를 몰았다.

정읍경찰서에 비상이 걸린 것은 이때부터.

"할머니가 길가에 주저앉아 울고 있다"라는 신고를 받은 경찰은 뺑소니 교통사고가 난 것으로 보고 추석을 맞아 관내 주요 도로에서 특별근무를 하던 경찰관과 순찰차를 모두 동원해 예상 도주로를 차단하는 등 '뺑소니범' 잡기에 나섰다.

형이 운전하던 승용차는 얼마 못 가 인도 턱을 들이받는 사고를 내 멈춰 섰고 이들은 인근에서 순찰 중이던 경찰관에게 붙잡혀 밤 절도까지 들통났다.

성묘를 마치고 음복을 한 탓에 사고 당시 박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정지 수치인 0.08%.

경찰 관계자는 "땅에 떨어져 있더라도 주인이 엄연히 있기 때문에 한 알을 주워오더라도 절도죄가 성립한다"며 "명절에 조상과 함께 술잔을 나누는 것도 좋지만, 음주운전은 절대 안 된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날 박씨 형제를 특수절도 등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정읍연합뉴스) 김계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