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당경찰관 "지금은 다 잊고 편안하게 살아"

"은지(가명)사건이 또다시 거론되는 것은 피해자의 상처에 다시 생채기만 날 뿐 도움이 되지 않는 일입니다"

지난해 '은지사건'을 담당한 포항의 모 경찰관은 5일 "조두순 사건을 계기로 은지사건도 다시 부각되고 있으나 (밝힐수는 없지만) 은지가 현재 모 보호센터에서 보호를 받으며 학교도 잘 다니고 있다"면서 "더욱이 그때 일은 모두 잊고 편안한 마음으로 생활하고 있는 데 다시 거론하는 것은 어린마음에 상처만 덧나게 할 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그렇다고 경찰이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도 아니다"라며 "당시 할수있는 모든 조사는 다했고 파렴치한 행위를 한 40대 운전기사는 구속까지 했다"며 "다만 피해자의 인식능력이 떨어져 가해자들을 구별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와함께 "지금이라도 조사가 가능하면 재수사에 들어갈 수 있지만 당장은 애를 보호하고 사회에 적응하도록 도와주는 것이 사회의 책무"라며 "경찰수사가 흐지부지하다는 지적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와함께 "당시 악몽을 잊고 밝게 생활하고 있는 은지에게 또다시 상처를 주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은지와 같은 피해자가 다시는 없도록 사회의 지속적인 관심과 보호대책이 마련돼야 하며 경찰도 재발방지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포항지역 여성단체도 "조두순 사건을 계기로 성범죄 피해 어린이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은 다행이지만 또다시 일회성으로 그쳐 피해자만 다칠까 우려된다"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특히 아동 성범죄를 근절시키자는 국민들의 공감대와 정부의 강력한 대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역 아동관련 단체 관계자도 "성범죄가 사회의 무관심으로 묻히는 것은 분명 문제지만 그렇다고 아픈 기억을 들춰내 피해자에게 본의 아니게 상처를 주는 것도 문제"라며 "사회 환기차원에서 거론됐으면 가해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 등 성범죄 근절을 위한 대책마련이 가장 필요하다"고 말했다.

포항의 '은지사건'은 지적장애인인 은지가 2006년부터 2년간 마을 인근 남성들에게 성폭행당하고 같은 지적장애인인 어머니까지 성폭행 당해 온 사실을 포항지역 모 교사가 최근 인터넷 게시판에 올리면서 비롯됐다.

게시판에 올라온 글은 현재 10만건 이상의 조회건수와 피해자에 대한 위로.격려와 공분을 토하는 수천건의 댓글이 올라오면서 게시판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포항연합뉴스) 임상현 기자 shl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