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에서 근무하는 경기보조원인 캐디가 내장객 실수로 한쪽 눈의 시력을 잃었다는 사연이 인터넷 포털에 올라와 네티즌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4일 포털사이트 네이트 게시판에 따르면 대구에 사는 캐디 K(38.여)씨는 지난 8월7일 오전 자신이 근무하는 골프장에서 티업을 준비하던 중 한 내장객이 연습삼아 휘두른 골프채에 오른쪽 눈을 얻어 맞았다.

격렬한 통증과 함께 그 자리에 쓰러진 K씨는 눈에서 흐르는 피를 수건으로 닦으며 대구시내 종합병원으로 이송돼 응급수술을 받았다.

그러나 하루가 지난 뒤 담당의사는 '다친 눈은 실명(失明)'이라는 진단을 내렸다.

K씨가 병원에 도착했을 때 이미 안구가 완전히 파열돼 눈을 척출했어야 하는데 여성이고 나이가 젊어서 일단 봉합했다는 것이다.

수년전 남편과 이혼하고 홀몸으로 딸 하나를 키우는 그녀에게 청천벽력이었다.

골프채에 눈을 맞으면서 안구 내벽의 뼈가 부서져 골절수술과 얼굴을 꿰매는 성형수술도 받았다.

치료를 위해 2시간마다 안약을 넣을 때면 통증 탓에 종일 울면서 식사를 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육체적 고통뿐 아니라 병원 치료비와 두 식구의 생활비는 발등의 불이다.

K씨는 "골프장 캐디로 일하다 실명까지 했는데 100% 책임지겠다던 가해자는 연락이 없고 회사는 나몰라라 한다"며 "장애인과 실직자가 돼 살 길이 막막하다"고 한숨을 쉬었다.

이에 대해 가해자는 "내 실수로 일어난 사고를 인정하고 최대한 피해를 갚을 생각이다"면서 "다만 피해자가 요구한 합의금을 당장 줄 형편이 안돼 돈을 마련하는데 시간이 걸리고 있다"고 말했다.

골프장 측은 "이번 사고는 일반적인 골프장 사고와 달리 가해자가 뚜렷하고 피해자와 합의를 보고 있어 적극 대응을 않았다"며 "합의과정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K씨는 지난달 26일 자신의 사연을 인터넷 포털 게시판에 올렸고 지금까지 18만명 이상의 네티즌이 글을 읽고 1천500여명이 댓글을 남기거나 추천하는 등 관심을 보였다.

한 현직 캐디는 게시판 댓글에서 "시력을 잃은 캐디에게 소송비와 치료비를 빼고 남는게 아무 것도 없다"며 "캐디의 산재보험 가입을 회사 전액부담 의무가입하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구연합뉴스) 홍창진 기자 realis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