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으면 짧은 대로..."
유난히 짧은 연휴로 귀성객뿐 아니라 제사 음식량도 줄었다.

친가와 처가 중 한쪽만 방문하고 인사는 선물로 대신하는가 하면 제사 음식 장만을 미리 끝낸 주부들은 찜질방으로 향하는 등 새로운 풍속도가 생겼다.

◇ 친가 혹은 처가.

.한쪽은 선물로 대체
연휴가 짧은 탓에 친가와 처가를 모두 방문하는 귀성객들은 그리 많지 않은 듯하다.

같은 생활권에 있는 친가와 처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귀성객은 이번 추석에는 친가, 내년 설에는 처가를 방문하는 식이다.

사흘밖에 되지 않는 연휴에 친가와 처가를 모두 찾아보다가는 도로에서 시간을 다 보내고 정작 인사도 제대로 못 한 채 '점'만 찍고 돌아올 것이 뻔한데다 기름 값 등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방문을 포기하는 대신 한쪽에는 선물로 대체한 귀성객들도 적지 않다.

김연옥(38.회사원.서울 방배동)씨는 "시댁은 전북, 처가는 강원도라 양쪽 집안을 다 찾아뵙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면서 "이번에는 먼저 시댁을 방문하고 내년 설에는 처가를 가기로 남편과 상의해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를 반영하듯 연휴 전날까지 택배 물량이 밀려들었다.

한진택배 인천 남동영업소 관계자는 "예년은 명절 전 3~4일간만 '반짝 특수'를 누렸는데, 올해는 추석 2주일 전부터 배송 주문이 쏟아져 택배기사 1인당 하루 평균 처리 물량도 평년 120상자에서 올해는 200상자로 크게 늘었다"면서 "고향을 가지 못하는 사람들이 선물로 대신한 때문에 물량이 증가한 것 같다"고 말했다.

◇ 간소한 제사상, "피로 풀자"..찜질방.관광지 '북적'
찾아오는 자녀가 줄면서 제사상도 가벼워졌다.

이날 오전 필요한 음식만 간소하게 장만하고 피로를 풀려는 주부들로 동네 찜질방이나 도심 인근 온천은 평소보다 북적거렸다.

이숙희(49.주부.전주시 서신동)씨는 "서울에 사는 시동생 3가족 가운데 1가족만 내려와 제사상에 올릴 음식이나 싸줄 음식량이 많이 줄었다"면서 "음식 장만을 일찍 끝내고 피로를 풀 겸 가족들과 함께 온천욕을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제주도에는 짧은 연휴를 가족과 함께 즐기려는 관광객 3만명이 몰려 업계마다 활기가 넘쳤다.

호텔업계가 평균 75%의 객실 예약률을 보인 가운데 특급인 제주신라와 제주롯데, 그랜드호텔은 85∼90%의 높은 객실 예약률을 기록했다.

추석 전날보다 예약률이 6∼10%씩 웃돌았고 렌터카 가동률도 50∼70%를 기록했다.

제주공항 도착 대합실은 하루 특별기 21편을 포함해 모두 163편의 항공기로 들어온 2만8천여명의 관광객과 귀성객들로 종일 북적거렸다.

경기도 포천시 산정호수 내에 있는 한화콘도는 연휴 첫날인 2일과 추석인 3일 모두 207개 객실이 한 달 전에 이미 예약이 끝났고 인근 포천 아도니스호텔도 사정은 비슷해 1주일 전에 74개 객실이 모두 예약돼 이날 만실을 기록했다.

아도니스호텔 관계자는 "추석이 짧아 고향을 찾지 못하는 서울 손님들이 많이 찾았다"며 "대부분 가족 단위로 추석연휴를 즐기러 온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해외를 다녀올 만큼 긴 연휴가 아닌데다 신종인플루엔자의 영향 등으로 해외 여행객은 상대적으로 줄었다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 야구장.영화관.백화점도 '성황'
부산지역은 짧아진 추석연휴 탓에 고향방문을 포기하고 프로야구 롯데의 준플레오프전 응원에 나서는 열혈 야구팬들도 많았다.

2일 오전 사직야구장에서 만난 송민철(44.회사원)씨는 "매년 추석에 고향인 경남 하동을 찾았지만 올해는 쉬는 날도 줄고 때마침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경기가 부산에서 열려 야구와 함께 추석을 보내기로 했다"고 말했다.

대학생 이병훈(23)씨도 "예년 같으면 추석 연휴 첫날 일찌감치 고향인 마산을 찾았겠지만 올해는 롯데의 준플레이오프 3차전을 관람한 뒤 저녁 늦게 고향으로 출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면과 해운대 등의 멀티플렉스 영화관에는 이날 낮 시간대부터 영화 대부분이 매진됐고, 신세계 센텀시티와 롯데백화점 등 시내 백화점에도 늦은 추석선물을 장만하려는 쇼핑객들이 몰려 평소 휴일보다 오히려 붐볐다.

개막 열흘째를 맞은 청주공예비엔날레 전시장에도 귀성을 포기한 시민이 행사장을 찾아 각종 체험행사를 즐겼으며 민속놀이 한마당 등 다채로운 한가위 행사를 여는 용인 에버랜드에는 오후 1시까지 1만5천여명의 가족과 연인들이 찾았다.

또 국내 최대 워터파크 에버랜드에도 1천여명이 찾았고 과천 서울대공원에도 1만여명의 가족들이 찾아 즐거운 한때를 보냈다.

제주도가 고향인 직장인 고혜영(30.여)씨는 "비행기 예약도 힘들고 표 값도 평소보다 10%가량 올라 제주도에서 며칠 있지도 못하고 올 바엔 차라리 청주에 남아 연휴를 보내기로 했다"고 말했다.

(수원.전주.제주연합뉴스) 홍인철 기자 ich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