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연구기관인 노동연구원의 파업이 장기화하면서 점차 정부와 노동계의 대리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2일 노동연구원과 노조에 따르면 1988년 연구원 설립 이후 처음으로 강행한 전면 파업이 지난달 21일 시작돼 이날로 열흘을 넘겼다.

연구원 노사의 갈등은 지난 2월 사측이 단체협약의 해지를 일방적으로 통보하면서 촉발돼 그간 10차례 교섭을 가졌으나 타결의 실마리는 찾지 못했다.

사측은 인사위원회와 평가위원회 등에 노조원이 참석할 수 있도록 하는 기존 단체협약이 인사경영권을 침해한다는 점을 해지 이유로 밝혔다.

반면 노측은 인사나 평가 참여 또는 참관은 경영의 투명성을 보장해 국책연구기관에서 연구의 중립성과 자율성을 지킬 수 있게 하는 `안전장치'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측의 단체협약 해지 통보는 정부가 강력히 추진하는 노사관계 선진화와 무관하지 않다는 게 노동계 안팎의 중론이다.

노동부는 올해 초 8개 산하ㆍ유관기관의 단체협약의 합리성을 분석한 보고서에서 노동연구원에 최하점을 주고 시정을 요구했다.

정부는 또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단체협약도 분석해 개정을 요구하고 있으며 각 부처에도 소관 공공기관의 단체협약 개정 상황을 월 단위로 점검해 보고하라는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공공 부문에서 먼저 드라이브가 걸리면 점차 민간 부문으로도 단체협약 지도를 확대한다는 방침도 마련해놓고 있다.

아울러 단체협약 내용을 둘러싼 노정갈등뿐만 아니라 교섭의 형태 또한 정부와 노동계가 맞부딪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연구원 노조는 민주노총 전국공공연구노조의 지부로 협상은 상급단체인 공공연구노조와 연구원 사측의 대각선 교섭이다.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는 민주노총과 국책연구원으로서 노사관계 선진화를 위한 연구활동을 할 수밖에 없는 노동연구원 사측이 힘겨루기하는 양상인 셈이다.

게다가 노동계의 다른 한 축인 한국노총도 회원 사업장이 아닌 노동연구원 노조의 파업에 힘을 보태기 시작했다.

전국전력노조, 전국정보통신노련, 전국금융산업노조, 전국공공연맹, 한국철도산업노조로 구성된 한국노총 공공부문 공동투쟁본부는 지난달 29일 대정부 5대 요구안의 하나로 박기성 노동연구원장의 해임을 제시했다.

이번 갈등은 국정감사를 전후해 더욱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연구원 노조는 국정감사를 통해 그간 경위를 국회의원과 국민에게 알리겠다는 계획에 따라 전면파업 시기를 국감 종료까지로 설정했다.

국감이 임박해 모든 근로자의 비정규직화와 헌법에서의 노동3권 배제, 노조 무용론 등을 언급한 박 원장의 `소신 발언'이 회자하는 것도 노조의 이런 의도에 따른 것이라는 것이다.

노조 관계자는 "누가 옳은지 제발 객관적으로 봐주기를 기대하는 의미에서 국감을 전후로 공론화를 시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측 관계자는 "모든 대화의 길을 열어두고 있지만 노조가 폭로전을 하려고 한다.

합리적 노사관계 정립을 위해 법과 원칙에 따라 교섭에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jangj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