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체계 개선 필요' 목소리 높아

이른바 '조두순 사건'을 계기로 아동 성폭력 범죄에 대한 사회적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아동을 상대로 한 성폭력 사건은 해마다 늘고 있지만 아동을 2차 피해로부터 보호하고 범죄자를 엄단할 수 있는 사법 시스템이 완비되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

30일 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5년간 15세 이하 성폭력 피해자 수는 2005년 1천402명에서 2006년 2천178명, 2007년 2천302명, 작년 2천674명 등으로 증가했고, 올해는 6월까지 1천57명으로 집계됐다.

6세 이하 성폭력 피해자는 2006년 172명, 2007년 163명, 작년 154명 등 매해 150명 선을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아동과 청소년의 주요 활동공간인 학교에서 성폭력 사건 발생빈도가 다른 장소에 비해 높게 나타나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작년 학교에서 일어난 성폭력 범죄는 231건이었으며 올해도 6월까지 63건이 발생했다.

그러나 피해 아동에게 평생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힌 아동 성폭행 사범을 단죄하고 아동이 조사 과정에서 다시 상처받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 사법체계가 개선돼야 할 점이 많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논리력이 떨어지는 피해 아동이 조사 기관에서 당시 상황을 제대로 진술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는 시스템이 부족해 성폭력 사범이 증거불충분 등으로 풀려나는 경우도 많다.

2007년에는 초등학교 1학년생을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교사가 1심에서 유죄가 인정됐지만 피해 아동의 진술이 경찰과 검찰 조사 등 단계별로 달라 믿을 수 없다는 이유 등으로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기도 했다.

아동이 성폭행당한 충격으로 피해 상황을 논리적으로 말할 수 없고 여러차례 반복되는 조사 과정에서 일부 내용이 바뀔 수도 있는데, 이런 문제로 피해 아동의 증거 능력이 흔들리는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현재로선 딱히 없다.

경찰청이 3월부터 연말까지 수도권 5개 지역에서 전문가가 성폭행 피해 아동의 피해자 조사를 도와주는 `아동 성폭력 심리전문가 참여제도'를 시범운영하고 있지만, 이런 자료는 법원에서 증거 능력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이와 관련, 한나라당 이은재 의원은 아동 성폭행 피해자 조사 때 전문가가 참여하고 이를 검찰과 법원이 의무적으로 활용하도록 하는 내용의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4월 발의했다.

이 의원은 "성폭행당한 아이들이 수사기관에서 조사받을 때 제대로 진술을 하지 못하는 문제를 해결하고자 법 개정을 추진하게 됐다"며 "아동 성폭력 문제를 해결하려면 남성들이 의식을 바꾸는 것이 중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제대로 된 성교육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윤종석 기자 banan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