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사안 유죄 판례 두고 다른 논리 적용

검찰이 한나라당 김정권 의원의 `박연차 게이트' 재판에서 같은 사안으로 유죄가 확정된 대법원 판례가 있는데도 다른 논리를 고집하다 무죄 판결을 자초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김 의원에 대한 무죄 판결은 `박연차 게이트'로 기소된 정관계 인사들 가운데 첫 무죄인데다 기소를 잘못했다는 취지여서 논란이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25일 법적 한도를 넘겨 후원금을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기소된 김 의원에 대해 기소가 잘못됐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정치자금법이 한도를 넘은 후원금에 대해 후원인이나 후원회를 처벌하도록 하고 있지만 대검 중수부는 실질적인 이득을 본 것이 국회의원이라며 김 의원을 기소했다가 무죄 판결을 받은 것이다.

같은 사건으로 기소된 염동연 전 열린우리당 의원이 올해 1월 후원인의 공범으로 유죄가 확정됐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검찰은 공소장 변경을 통해 유죄 판결을 기대할 수 있었는데도 그렇게 하지 않았다.

염 전 의원 역시 김 의원과 같은 논리로 기소됐다가 항소심에서 공소장 변경이 이뤄지면서 유죄가 선고됐고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이와 관련, 검찰은 국회의원이 후원회를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을 때 의원의 후원금 직접 수수가 인정된다는 문석호 전 의원 사건의 판례에 기대 김 의원을 기소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같은 사안으로 유죄가 확정된 염 전 의원의 판례를 두고 굳이 다른 판례를 고집한 것은 아무래도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문 전 의원도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기소됐지만 공무원의 사무와 관련해 청탁하거나 알선하기 위해 정치자금을 받았는지가 사건의 핵심이었기 때문에 김 의원의 사건에 들어맞는 사안이 아니라는게 법조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김 의원의 1심 재판부도 판결문에서 문 전 의원의 사건에 대해 "이 사건과는 사안이 다르다"고 명백하게 선을 그었다.

검찰은 염 전 의원의 사건이 특수한 경우라 문 전 의원 사건을 참고했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김 의원의 항소심에서도 종전의 기소 논리를 유지할 경우 다시 무죄가 날 가능성이 높은 만큼 항소심에서 공소장을 변경할지 주목된다.

검찰 관계자는 30일 "염 전 의원 사건도 검토했지만 돈을 받은 국회의원을 돈을 준 쪽의 공범으로 묶어 기소하는 것이 너무 형식적이라고 판단했고 문 전 의원 사건을 참고해 기소하는 것이 투명한 정치자금을 위한 입법취지에 더 맞다고 봤다"며 "김 의원의 항소심을 진행하면서 공소장 변경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백나리 이한승 기자 nari@yna.co.krjesus786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