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의 대안으로 정부가 검토 중인 타임오프제(노조 전임자의 일부 활동을 근로시간으로 인정하는 제도)는 극심한 노사 갈등을 유발하는 만큼 도입하기 어렵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대신 정부는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 원칙을 지키되 노조 규모별로 순차적으로 적용해 부작용을 줄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재훈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8일 서강대 김대건관에서 '복수노조 · 전임자 임금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서 주제발표를 통해 "노사정위원회 공익위원들이 내놓은 타임오프제는 근로시간 면제의 범위가 너무 애매해 노사 간,또는 복수노조 간에 혼란과 갈등을 야기할 것"이라며 "(노조 측이) 현재의 임금 수준보다 더 많은 것을 주장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애매한 타임오프제를 시행하는 것보다 공기업과 500인 이상 규모는 2010년부터,300인 이상 기업은 2013년부터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를 시행하는 등 순차적으로 적용해 부작용을 줄이고 영세 노조는 재정 자립을 준비할 수 있는 유예기간을 주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서강대 시장경제연구소가 주최하고 한국경제신문이 후원한 이번 토론회에는 김 교수와 장상수 삼성경제연구소 전무가 주제발표를 하고 김종각 한국노총 정책본부장,남용우 한국경총 노사대책본부장,박덕제 방송통신대 경제학과 교수 등이 토론을 벌였다.

참가자 대부분은 "타임오프제가 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으므로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를 원칙적으로 시행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재정 자립도가 취약한 노조에 대해서는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김 교수는 "사측이 노조를 지원하더라도 이를 적발하거나 처벌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급여 지급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되,법령으로 적정한 전임자 규모를 정하고 그 범위 내에서 사측이 자발적으로 급여를 지급할 경우에는 처벌하지 않도록 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장 전무는 "전임자 임금 지급은 사측의 노측에 대한 지배 개입으로 해석될 수 있으므로 노조 자체 재정으로 해결하는 것이 당연하다"며 "다만 타임오프제를 시행하더라도 근로시간 상한선을 둔다면 부작용을 어느 정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복수노조와 관련해서는 노조 난립을 막기 위해 노조 설립 요건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들이 제시됐다.

장 전무는 "노사 교섭 혼란,노사 관계 비용 증가 등으로 기업이 흔들릴 수 있다"며 "복수노조에 따른 노사 혼란을 줄이려면 노조 설립을 위한 최소 인원 수를 강화하고,교섭권 인정을 위한 최소 요건도 설정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호주의 경우 노조 등록을 하려면 조합원 50인 이상이 필요하고,스페인에서는 10% 이상의 종업원 대표를 점유해야 하는 등 주요 국가들이 노조 설립의 최소 규정을 두고 있다는 점을 예로 들었다.

박 교수도 "복수노조는 이제 거스를 수 없는 과제"라며 "다만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노조 설립 요건 재검토,파업 시 대체근로 인정 확대 등이 조속히 해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복수노조 및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와 관련,김 교수는 "워낙 민감한 사안인 데다 최근 세계적 경제위기 등으로 기업 환경이 급변하다 보니 노사가 이 문제를 다시 회피하고자 하는 속내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하지만 복수노조가 허용되지 않으면 근로자의 기본 단결선택권을 명시한 국제노동기구(ILO)의 기본협약 위반으로 향후 자유무역협정(FTA)의 체결이나 이행 등에서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도 "대타협을 기다리며 미루다 보면 점진적 제도 개선이 안 되고 결국 한꺼번에 '빅뱅'식의 급격한 변경이 이뤄져 오히려 사회 불안이 증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