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세티 기술유출 수사는 검사들의 '필살기' 연마 덕분이지요. "

최근 GM대우의 자동차 '라세티' 핵심기술이 러시아 타가즈사로 유출된 사건을 파헤진 김학의 서울남부지방검찰청 지검장(53)은 28일 수사 소감을 이같이 밝혔다. 서울 신정동 남부지검 청사에서 기자와 만난 김 지검장은 "담당검사가 기술고시 출신으로 기술유출 분야 수사에 일가견이 있어 얻어낸 성과"라며 "중원에서 협객을 자처하는 무림의 고수들이 갖춘 필살기를 검사들도 각자 확보해야 큰 성과를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필살기는 김 지검장이 '충전형 조직'을 내세우면서 강조하는 항목이다. 충전형 조직이란 우수한 인재들이 들어와서 보수교육 정도만 받고 나가는 방전형 조직과는 달리 각자가 실력을 갖춰 성장하는 조직.김 지검장이 2007년 경기도 용인 법무연수원에서 기획부장으로 재직하면서 직접 창안해낸 아이디어다.

그는 "연수원 인근에 삼성인재개발연구원,현대인력개발원 등의 기관이 있어 그곳 강사들과 일과 후에 만나 조직관리와 인재개발 등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며 "검찰에서도 조직관리와 인재개발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그가 무엇보다 중시하는 것은 실무지식이다. 법무연수원에서 단순히 검사들에게 이론교육을 시키는 것이 아니라 실제 사건 발생부터 검거까지 수사절차를 가상으로 진행토록 하는 '멀티클래스'를 도입했다.

김 지검장은 이듬해 춘천지검장,올초 울산지검장으로 부임하면서 본격적으로 '충전형 조직 만들기'에 나섰다. 특히 울산지검장 시절에는 각 부서별로 활력담당관(CFO),즉 '치프 펀 오피서(Chief Fun Officer)'를 뒀다.

일과가 끝나면 한 달에 한두 번 정도 CFO 주관으로 부서별로 '펀데이'를 정해 즐거운 시간을 갖도록 한 것.야간산행,시낭독,펜션에서의 단합대회,보물찾기 등 갖가지 행사가 열렸다. 김 지검장은 "실력에는 인품과 능력,열정 등 3요소가 있는데 이 가운데 구성원들의 열정을 키우기 위했던 것"이라며 "조직에 활기를 불어넣는 데 큰 기여를 했던 것 같다"고 밝혔다.

지난달 남부지검으로 옮겨온 김 지검장은 충전형 조직으로 재정비해 기술유출과 부정부패,민생치안 등에서 더욱 큰 성과를 얻어낸다는 목표다. 김 지검장은 "요즘도 경영학 서적을 읽으며 조직관리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고 있다"면서 "남부지검의 배터리를 꽉 채울 것"이라고 말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