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작년 3월부터 최근까지 수사를 벌여 국가예산과 보조금 · 공공기금 등을 빼돌린 공무원 군인 등 150명을 구속기소하고 546명을 불구속기소했다고 27일 발표했다. 동사무소 말단 직원에서부터 경찰 군인 업체대표 승려 농어민 시민단체원 등 각계각층을 막론하고 자행된 무차별적 비리로 19개월간 새나간 나랏돈은 무려 1000억원에 달했다.

◆어려운 사람 지원한다며 '꿀꺽'

검찰은 일자리 창출 지원금이나 지역특화사업보조금 등 국가보조금을 가로챈 152건을 적발해 636명을 처벌하고,이 중 133명은 구속기소했다. 또 사회복지예산이나 군(軍)양곡을 빼돌리는 등 국가예산에 손을 댄 16명을 찾아내 10명을 구속했다. 신용보증기금 등 공공기금을 몰래 빼낸 44명도 형사처벌했다.

서울남부지검은 지난 7월 탈북자를 고용한 것처럼 꾸며 노동부로부터 탈북자고용지원금 9억5500만원을 타낸 모 산업 대표 3명을 구속하고 15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창원지검은 지난 7월 노인복지시설 공사비로 받은 국가보조금 12억원을 '꿀꺽'한 사회복지법인 모 대표를 구속기소했다. 정신지체 입원환자 34명의 사회복지급여 계좌를 위탁관리하면서 3억7000여만원을 빼돌린 모 병원 행정실장 등 2명도 남원지청에서 적발돼 구속기소됐다.

◆비리에 직업 귀천 없어

눈먼 돈을 가로채는 데는 교수부터 농어민,승려에 이르기까지 직업의 귀천이 없었다. 불교의 한 종단 총무원장은 가짜 서류로 국고 보조금 60억원을 타낸 혐의로 작년 초 불구속 기소됐고, 순천지청은 이미 끝난 공사를 새로 하는 것처럼 서류를 꾸며 24억원을 타낸 화엄사 주지를 올해 2월 구속기소했다.

부산지검은 지난 5월 기계자동차부품소재 종합기술지원사업 자금 8억7000만원을 가로챈 모 대학교수 김모씨 등 2명을 구속기소했으며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7월 소속 대학교가 정부과제위탁기관에 지정된 것을 기화로 기술개발자금 7억9000만원을 빼낸 대학교수를 구속기소했다.

◆'군량미'까지 빼돌려

서류조작으로 장애수당을 과다신청해 3년간 26억원을 빼돌린 서울 모 구청공무원 안모씨는 지난 2월 기소돼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성남지청은 특전사 모 교육단에서 군 양곡 청구 및 수령 업무를 맡고 있던 양곡 도소매업자가 군부대 관계자와 짜고 3년간 2억7000만원어치 상당의 쌀 3500여가마를 빼내 따로 팔아치운 것을 밝혀내 이들을 구속기소했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 · 한국산업기술평가원 등에서 신기술 개발 명목으로 정부 출연금을 타내 개인적으로 유용한 대학교수와 기업인도 있었다.

검찰 관계자는"국가 예산을 버젓이 횡령하는데도 감독이 제대로 안 되는 등 많은 문제점이 확인됐다"며 "감사원 국세청 등 유관기관과 집중단속을 계속 벌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