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 옥외집회를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조항이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24일 나오자 경찰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경찰청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헌재의 결정에 따라 각계 여론을 충분히 수렴해 집시법 관련 조항 개정 작업을 조속히 추진하겠다"며 "법 개정이 될 때까지는 현행법을 준수해 줄 것을 당부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경찰청 관계자는 "헌재의 결정문을 꼼꼼히 분석해 본 뒤 대응책을 마련하고 법 개정 방향을 정해야 할 것 같다"며 말을 아꼈다.

그러나 경찰은 내부적으로는 이런 공식 입장과 달리 야간 집회를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는 중요한 근거 중 하나가 사라지게 된 셈이어서 여간 당혹스러운 게 아니다.

헌법불합치 결정이 난 집시법 10조는 일출 전이나 일몰 후 옥외집회를 원천적으로 금지하면서 부득이한 상황에서는 관할 경찰서장의 허가를 받도록 하고 있다.

헌재의 결정 취지는 해가 진 후의 옥외집회를 모두 제한하는 것은 너무 지나치기에 법을 개정해 집회 금지가 필요한 심야 시간대를 정하라는 것이지만, 이번 결정으로 경찰로선 어찌 됐든 대형 집회에 대응하는데 어느 정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

작년 상반기 연일 이어진 촛불집회에 대응하면서 고생한 경험이 있는 경찰로선 집회를 불허하거나 집회를 강제 해산시킬 수 있는 법적 뒷받침이 사라지게 되는 것이어서 걱정이 태산 같다.

한 경찰서 관계자는 "앞으로 집회에 대응해 법 집행을 하는데 상당 부분 움츠러들 것 같다.

이제는 무엇보다 시민들이 스스로 성숙한 집회 문화를 만들어 주기를 바랄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경찰 관계자는 "밤늦은 시간까지 집회가 이어지면 어떻게 버텨낼 수 있을지 걱정된다"며 "야간 집회는 소음이 커 주민들의 피해가 심한 데다 경찰로서도 어두워서 범법자를 찾아내기 어렵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서울연합뉴스) 윤종석 이상현 기자 banana@yna.co.krhapyr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