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정위원회는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의 시행에 따른 노조의 재정 위축을 보전한다는 측면에서 최근 '타임오프'(Time-Off · 노조 전임자의 일부 활동을 근로시간으로 인정하는 제도) 도입을 골자로 하는 공익위원안을 채택했다. 정부 역시 노사정위원회의 의견을 수용해 타임오프제의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타임오프제의 실행이 전임자 수 감축,노조의 독립성 및 자주성 강화라는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의 취지에 맞지 않는다며 반발하고 있다. 학계에서도 노동 현실에 맞지 않는 제도라는 회의적 목소리가 강하다. 전임자들의 임금을 지금처럼 보전해주는 것이나 다름없는데다 혼란만 부추길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타임오프제는 전임자에 대한 임금지급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되 노조업무로 볼 수 있는 활동 시간에 대해서만 지급하자는 내용이다.

노사정위원회 공익위원안은 △근로자의 고충처리 업무시간 △단체교섭과 그 결과를 조합원에게 설명하는 시간 △노사 공동시설의 운영 및 협의에 필요한 시간 △산업안전보건 관련 사항의 처리 시간 △노동위원회 등 권리구제기관에 참석하거나 관련업무에 필요한 시간 △기타 노사관계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대통령령이 정한 업무에 필요한 시간 등을 노조업무로 볼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노조 전임자에 대한 임금지급 관행을 고착화시키는 결과만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무엇보다 타임오프 허용 항목의 개념이 모호하다는 지적이다. 노측의 목소리가 강한 기업의 경우 노사합의를 통해 타임오프 적용 범위를 무한정 넓힐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허용 항목에 대한 해석을 두고 노사 간 갈등이 빈발할 수밖에 없고,결과적으로 노사관계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박종남 대한상공회의소 상무는 "복수노조가 허용되는 시점에서 노조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가 제대로 시행되지 않으면 노조의 난립에 따른 각종 지원요구가 늘어나고 타임오프 허용 항목에 대한 혼란으로 오히려 노조 갈등이 더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 대기업 노무 담당 임원은 "노동계와 정부가 3차례에 걸쳐 합의된 사항을 이제와서 노사자율에 맡겨야 된다거나 활동에 따라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억지"라고 반박했다.

학계에서도 타임오프에 대한 부정적인 목소리가 높다. 노사정위원회 공익위원으로 참여했던 한 교수는 "미국 최대 상급노조단체의 자문변호사도 한국의 전임자 제도에 대해 '구시대의 유물'이라는 표현을 썼다"며 "미국의 경우 산업재해 등의 문제가 심각한 광산이나 자동차산업 등 일부에 한해 소수의 전임자를 둘 뿐 전임자에 대한 임금지급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한성대 박영범 교수는 "우리나라 노조의 임금 대비 조합비 비율은 미국의 3분의 1 수준인 1.0%에 불과하다"며 "노조의 재정자립은 노조비의 인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