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서울에서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 사회정책실장을 하던 김태호 지사는 1000만원짜리 마이너스 통장 하나만 달랑 들고 고향 거창으로 내려왔다. "바닥부터 기면서 정치가로 성공하겠다"는 굳은 결심과 함께.경남도의회 의원 출마를 위해서였다.

하지만 정치 멘토인 이강두 전 의원의 처남이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는 과천에서 국회의원으로 출마해 박빙의 승부를 벌일 만큼 거물이었다. 경선이 불가피했다. 김 지사는 선거운동으로 유일하게 허용된 주스를 들고 밤낮 없이 돌아다니며 지원을 호소했다.

경선 당일.15분의 연설 시간이 주어졌다. 김 지사는 "아버지 덕택에 거창 소년이 자라 대학교수까지 됐습니다. 이제 고향을 위해 일하러 왔습니다. 어제 새벽 4시까지 줄담배를 피우고,한숨 쉬는 아버지의 깊이 파인 주름을 보니 눈물이 절로 났습니다. 한번 도와주십시오"라고 외쳤다. 96명의 대의원석 대다수가 눈물을 글썽거렸다. 투표함을 열자 더블 스코어로 김 지사가 승리했다. 이후 김 지사는 본선에서도 승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