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총엔 `영양제'…노정갈등은 증폭

11만명에 이르는 거대 공무원노조가 22일 투표를 통해 민주노총 가입을 가결함에 따라 노동계에 파장이 예상된다.

민주노총은 일단 단위노조들의 탈퇴로 위축된 국면을 전환하는 계기를 마련함으로써 향후 활동에 적지 않은 힘을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정치적 중립을 유지할 의무가 있는 공무원들이 정치투쟁을 상시활동으로 삼는 상급단체에 가입한 데 대해 정부는 `부적절하다'는 입장이어서 노정 갈등이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 국면전환 효과에 민노총 `반색' = 올해 들어 민주노총을 탈퇴한 사업장은 KT노조, 인천지하철노조, 영진약품노조, 쌍용자동차노조, 한국광해관리공단 등 21곳 3만6천여명으로 예년 4∼5곳에 비하면 많은 편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뤄진 공무원노조의 가세는 `탈퇴 도미노' 흐름에 일단 제동을 거는 역할을 할 것이라는 게 노동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민주노총은 "의미는 단순한 조직확대 이상"이라며 "민주적 행정과 투명한 공직사회를 열어갈 든든한 버팀목을 놓았다는 점과 악의적이고 집요하게 진행된 민주노총 와해시도가 일고의 가치도 없는 공작에 불과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 민노총 우경화' 관측도 = 단기적으로는 국면 전환이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장기적으론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공무원들이 대거 입성하면서 민주노총이 `우경화'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민주노총 집계에 따르면 통합공무원노조는 조합원 수로는 금속노조(16만여명), 공공운수연맹(14만2천여명)에 이어 민주노총 내에서 세 번째로 큰 산별연맹이 된다.

하지만 정치활동이 금지되고 임금이 법으로 정해지는 공무원으로 구성됐기 때문에 민주노총의 운동방향인 대정부 강경투쟁과 임단협 현장투쟁에서 소원해질 수밖에 없다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노동부 관계자는 "시간이 지나게 되면 현재 민주노총 내에서 전교조가 그렇듯 공무원노조도 고립되는 경향을 보일 것"이라며 "이는 민주노총의 순수성이 희석되는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 노정갈등 커질 듯 = 공무원들의 정치활동에 대한 논란이 지속되면서 노정갈등의 증폭으로 사회적 비용이 커질 것이라는 예측도 쏟아진다.

공무원노조법, 국가공무원법, 지방공무원법, 공무원 복무규정 등은 공무원들이 정치활동을 할 수 없다고 규정한다.

하지만 민주노총의 규약과 강령은 정치투쟁을 대거 포함하기 때문에 민주노총 소속 공무원노조의 활동은 곧 불법행위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노동부 관계자는 "집회참여, 시국선언, 정당 지지활동, 성명 발표 등 활동 자체가 위법행위가 될 가능성이 있다"며 "갈등요인이 많아지는 것이고 전반적인 노정관계의 경색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갈등은 이미 투표 전부터 예고됐다.

정부는 공무원노조의 민주노총 가입에 우려를 표명하고 투표 과정과 향후 활동에 불법행위가 있다면 엄단하겠다는 방침을 천명했다.

민주공무원노조는 행정안전부가 투표를 방해한다며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내고 전국공무원노조와 민주노동당은 각각 행안부 장관과 국무총리를 부당노동행위로 고발하기도 했다.

◇ 해직자 문제로도 갈등 = 공무원노조 창립 무렵인 2004년께 해직된 공무원들이 활동가 성격으로 노조의 핵심 간부를 맡고 있다는 점을 둘러싼 갈등도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노동부는 전공노와 민공노에서 조합원으로 활동하는 해직자가 각각 90명과 32명인 것으로 추정하며 이들을 조합원에서 배제해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

노동부는 핵심간부로 노조 운영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 명백한 해직자 6명을 노조에서 배제하지 않으면 전공노를 노조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시정명령도 최근 내린 바 있다.

해직자들이 오는 12월 출범하는 통합공무원노조에서도 활동하게 된다면 같은 조치가 되풀이될 가능성도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법외노조가 되면 기존 단체협약이 무효가 되고 사용자는 노조의 교섭요구에 응할 의무가 사라진다.

노동부 관계자는 "민노총이 해직자 문제에 강경 목소리를 낸다면 공무원 노사관계가 경색된다"며 "하지만 조합원 자격이 없는 이들이 노조운영에 관여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jangj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