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새벽 서울 남대문시장.인천 부평에서 의류점을 하는 신모씨는 "평소 150만~200만원어치 옷을 사가는데 오늘은 추석을 맞아 평소보다 2배가량 더 샀다"며 "경기가 어렵긴 하지만 요즘 들어 손님이 조금씩 늘어 주변 상인들도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재래시장에도 미미하지만 모처럼 훈풍이 불고 있다. 상인들은 "예년만큼은 아니지만 적어도 지난해보다는 나을 것"이라는 표정들이다. 남대문에서 아동복을 파는 박모씨는 "지난 주말부터 손자들에게 입힐 옷을 사러온 60~70대 고객들이 늘었다"고 말했다. 주부 박경자씨는 "추석을 앞두고 세 아이의 옷을 사러 왔는데 경기가 나아진다고 하니 작년보다는 마음이 편하다"며 웃었다.

남대문시장의 활기는 갈치골목에서도 느껴졌다. 점심시간 전주식당은 1~2층 11개 테이블이 꽉 찼고 문 앞에도 두세 팀이 줄을 섰다. 이 식당 최막래 사장은 "자리가 없어 모르는 사람끼리 합석하기도 한다"며 "손님이 하루 200여명으로 작년보다 20~30%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경동시장의 안우석 영동상회 사장은 "청과물이 작년보다 많이 내려 선물로 선호하는데,감은 물량이 달려 시세가 높게 형성돼 있다"고 전했다. 동대문 두타에서 의류매장을 운영하는 최모씨는 "하루 매상이 작년 추석보다 15~20%가량 늘었다"며 "올초에 비해서도 7~8%가량 올라 숨통이 조금 트인다"고 말했다. 종로 낙원상가 뒤편 떡집들도 추석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낙원떡집 관계자는 "추석용 세트로는 2만~8만원짜리가 대부분이지만 이번에는 몇몇 기업으로부터 10만원 이상짜리 주문도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전히 장사가 안 된다고 울상짓는 상인들도 많다. 남대문 한복상가의 노모씨는 "아이들 한복은 종종 나가지만 어른 한복은 거의 안 팔려 작년과 별로 다를 게 없다"고 하소연했다. 동대문 평화시장에서 여성 의류를 판매하는 김모씨는 "추석 대목인데도 하루에 많아야 서너 벌 파는 게 전부"라며 "원래 하루 한 번씩 수금하러 다녔는데 요즘은 수금은커녕 개시도 못한다"고 푸념했다.

최진석 기자/김미리내 · 이동수 인턴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