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6~27일 서강대 경희대 건국대 등을 시작으로 내달 말까지 각 대학의 2010학년도 수시 논술 · 구술 전형이 예정된 가운데 사교육 1번지 '대치동 학원가'가 들썩이고 있다. 21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에 따르면 각 대학 논술시험에 대비해 하루 10만원 이상을 받는 고액 특강이 성행하고 있다.

◆파이널반,추석특강반…일주일에 100만원

대치동 논술학원들은 각 대학 논술시험일을 일주일여 앞두고 개강하는 '파이널반'을 만들어 수강생을 모으고 있다. 파이널반은 각 대학 전형 일정에 맞춰 별도로 개강하는 반으로 기존 정규반과 커리큘럼 및 수업 시간이 같지만 수강료만 올려받고 있다. 대치동 W학원 파이널반의 경우 하루 수강료는 정규반(8만원)의 2배인 16만원.일주일 과정에 112만원을 내야 하는 셈이다. W학원에 등록한 한 수험생은 "수시에서 논술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에 수강료가 비싸도 안 들을 수 없다"고 말했다.

논술 전형이 추석 이후에 치러지는 대학에 원서를 낸 수험생들은 '추석특강반'으로 몰린다. 대치동 N논술학원은 추석 연휴인 10월2~5일까지 4일 과정의 추석특강반을 만들어 하루 3시간에 12만원의 수강료를 받을 계획이다. 교재비까지 합하면 4일간 50만원 이상의 수강료를 내야 한다. 학원들은 또 구술면접을 대비하는 반도 따로 운영하며 마찬가지로 회당 10만원가량의 수강료를 받고 있다. 고액의 수강료에도 불구하고 일부 논술학원은 이미 추석특강반까지 접수를 마감했다.

일선학교…"어쩔 수 없는 일"

이처럼 학원가가 들썩이고 있는 것과 달리 일선 고등학교에서는 이렇다할 논술 · 구술 전형 대비책을 마련하지 못한 채 오히려 야간자율학습 시간 등에 학생들의 학원행을 묵인하고 있다. 서울 송파구 B고등학교 진학 담당 교사 박모씨는 "학기 중에 방과후 교실 등에서 논술을 가르쳐 왔지만 정규 수업을 진행해야 하는 교사들로서는 학원처럼 논술시험을 집중적으로 지도한다는 게 어렵다"고 말했다. 강남구 S고등학교 3학년 교사 김모씨도 "야간자율학습 시간에 학원에서 논술 준비를 하겠다는 학생에게 가지 말라고 할 수도 없다"며 "학교에서 논술 준비를 해준다고 해도 학원으로 가려는 학생이 더 많은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연세대 등 3개 대학에 수시 원서를 접수한 한 수험생은 "학교와 달리 학원에선 대학별로 따로 반을 운영하기 때문에 맞춤형 수업이 가능하다"며 학원을 찾는 이유를 설명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