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구 서울 등 전국 신종플루 거점병원에서 원내감염 사례가 잇따라 발생,입원환자와 의료진이 격리치료까지 받았다. 원내감염은 입원 당시에는 없거나 잠복하지 않았던 질환이 입원기간 중에 발병하는 것을 뜻한다. '병 고치러 갔다가 병 걸려 온다'는 말이 이를 지칭한 것이다.

미국의 연구 보고에 따르면 병원에서 48시간 이상 입원했다가 퇴원한 환자의 3%는 특정 병원체에 감염되며 위생수준이 낮은 개발도상국의 경우 이 비율이 30%에 이를 수 있다. 병을 치료하려는 사람이 늘 찾아오고 면역력이 약한 사람이 장기간 입원하며 폐쇄된 공간이라는 병원의 고유한 특성에서 기인하는 결과다.

전 세계적으로 원내 감염은 불결한 배뇨관(요도 카테터) 관리로 인한 요도감염이 40%로 가장 많고 폐렴 합병증이 15~20%를 차지한다. 수술 중 감염,폐렴환자를 위한 세척튜브 사용과정에서의 감염,당뇨병 신장병 암 등 면역력이 약한 환자의 영양결핍에 의한 감염도 주된 요인이다.

10여년 전부터 펼쳐온 환경개선과 위생강화로 국내 병원들의 원내 감염률은전반적으로 낮아지는 추세이지만 아직 선진국 수준에는 못 미친다. 대한병원감염관리학회가 전국 400병상 이상 57개 종합병원의 중환자실을 조사한 결과 2007년 7월부터 1년 동안 2637명의 원내 감염 환자가 발생했다. 이 기간 중 '재원 1000일당 감염 발생건수'에 있어 요로감염은 4.43건,중심정맥관(정맥을 심장에 가까운 굵은 혈관에 이어주는 관) 감염은 2.83건 등으로 2006년 현재 미국의 3.4건과 2.4건보다 여전히 높았다.

따라서 신종플루가 기승을 부리는 실정에서 의료기관과 입원환자는 물론 외래환자, 면회객 등에 대한 전방위적인 원내감염 방지 노력이 요구된다. 엄중식 한림대 강동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신종플루의 원내감염을 막을 특단의 대책은 없지만 인식과 환경의 개선을 통해 최소화할 수 있다"며 "손을 잘 씻고 병원 내 시설과 집기에 대한 청소와 소독을 철저히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말했다.

손씻기만 잘해도 감기는 물론 콜레라,세균성 이질,식중독,유행성 눈병 등 전염병을 30~50%,최대 70%까지 감소시킬 수 있다. 손을 씻을 때에는 손소독제가 세정제나 비누보다 살균력이 강하지만 일반 비누를 이용해 15초만 손을 씻어도 세균의 90%가 제거되고 30초간 씻으면 99%가 없어지므로 일상생활에서 손씻기가 매우 중요하다. 손을 씻은 후에도 잘 말려야 감염위험을 낮추는 효과를 볼 수 있다. 각종 연구결과에 따르면 신종플루가 손에 남아 있는 시간은 5분 이하에 불과하지만 손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코,입과 접촉해 아주 짧은 시간 안에 전염시킬 위험이 높기 때문이다.

원내감염 차단의 기본은 시설과 집기,의료기기의 철저한 청소와 소독이다. 먼지는 각종 병원체의 온상이 되므로 무엇보다 먼지가 없도록 병실바닥을 깨끗이 닦는 것이 중요하다. 병실 집기나 휴대폰은 가능하면 자주 차아염소산나트륨(락스)으로 살균 소독해야 한다. 내시경 요도카테터 등 의료기구에 대한 보다 철저한 소독이 필요하다.

외래환자와 면회객을 적절히 통제하는 것도 중요하다. 현재 신종플루 의심환자를 진료하려면 원칙적으로 환기시설이 갖춰진 전용진료실이 필요하지만 천막이나 컨테이너박스를 활용한 간이진료실을 이용하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의심환자는 스스로 방역마스크를 착용하고 병원을 찾아가야 하며 자신의 상태를 의료진에게 알려 일정 구역에서 진료받도록 한다. 신종플루가 없을 것으로 생각되는 단순 외래검사자는 별도의 동선을 만들어 전염성 환자와 뒤섞이지 않도록 조치해야 한다.

정해진 면회 시간과 장소를 무시한 채 면역력이 약한 환자에 대한 사실상 무제한 면회를 용인하는 병원 풍토도 개선이 시급하다. 이를 제지하면 면회객들이 항의하는 모습이 비일비재한데 37.8도 이상의 발열을 보이고 호흡기 증상이 있는 면회객은 스스로 방문을 삼가는 것이 원칙이다.

입원실과 수술실,중환자실 복도에 손소독기를 설치해 면회객과 의료진이 수시로 손을 씻도록 하고 아예 병실 출입문 센서에 손 소독 장치를 달아서 손을 소독해야만 출입문이 열리도록 병원 시설을 고칠 필요도 있다. 선진국 병원의 경우 면회객의 신발에 남아있는 병원체가 원내로 유입될 것을 우려해 덧신을 신게 하는 곳이 대부분이다.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꽃다발 선물도 금물이다.

요즘처럼 신종플루 의심환자가 만연한 상황에서는 외래환자나 병원 직원 중에서 감염 환자를 빨리 찾아내 조기에 항바이러스제를 투여하는 것도 필요하다.

의료인의 위생상태도 문제다. 한림대 의대 조사에 따르면 특정 병원에 근무하는 의사들이 착용하는 가운 중 96.4%(28개 중 27개)와 모든 넥타이(100%)에서 슈퍼박테리아로 불리는 '메티실린 내성 포도상구균(MRCNS)'이 검출됐다. 한 의료전문지의 조사에 따르면 의사들은 월 평균 2.5회 가운을 세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따라서 바이러스나 병원체가 묻은 의료복을 통해 병원 내 감염이 확산되지 않도록 의사들의 넥타이와 긴소매 옷 착용을 제한하고 세균 감염의심환자와 접촉하는 빈도가 높다면 거의 매일 가운을 갈아입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지적이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