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의회 의원 10명이 지난 11일 7박9일 일정으로 노르웨이ㆍ스웨덴ㆍ핀란드 등 북유럽 3개국 출장을 떠나면서 신종플루 감염을 우려해 구보건소에서 타미플루를 타간 것으로 확인됐다.

강남구청은 구보건소가 해외출장 예정이던 구의원의 부탁을 받아 타미플루를 처방했는지 조사한 결과, 구의원 2명이 타미플루 10알씩을 받아 출장을 간 것으로 확인됐다고 16일 밝혔다.

그러나 이날 오전 구의회와 보건소는 타미플루를 처방한 사실이 전혀 없다며 사실을 은폐하려 했다.

서미옥 강남구보건소장은 당초 "출국한 의원들에게 타미플루를 처방한 적이 전혀 없으며 의원들이 강압적으로 요구하지도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타미플루 처방 사실이 밝혀지자 "모든 의원에게 처방한 것은 아니고 당뇨를 앓는 고령의 구의원과 암 수술 후 항암치료 중인 40대 의원에게만 처방했다"고 말을 바꿨다.

그는 "처음에는 모든 의원에게 타미플루를 처방했느냐는 질문으로 이해하고 처방하지 않았다고 대답했다"고 변명했다.

구의회 측도 보건소와 마찬가지로 동료 의원 감싸기에 급급했다.

성백렬 강남구의회 의장은 "타미플루를 가지고 출국한 의원은 한 명도 없는 것으로 알고 있으며 보건소에 타미플루를 요청했는지도 알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일반인은 신종플루에 감염된 것으로 의심되더라도 고위험군이 아닌 이상 타미플루 등 항바이러스제를 처방받을 수 없다.

중앙인플루엔자대책본부가 지난달 20일 항바이러스제 투약 대상을 급성호흡기질환으로 입원치료 중인 환자와 합병증 발생 우려가 큰 59개월 이하 소아, 65세 이상 노인 등 고위험군 급성열성호흡기질환 외래환자로 제한했기 때문이다.

이는 정부가 비축한 항바이러스제의 물량이 제한적이고 대유행에 대비해 비축물량을 최대한 아낄 필요가 있다는 현실적인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일반인은 구하고 싶어도 구할 수 없는 상황에서 외유성으로 의심되는 해외출장을 떠나며 신종플루 감염을 우려해 보건소에 타미플루를 요구해 타간 구의원들에게 지역민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또 규정을 어겨 타미플루를 처방하고도 사실을 숨기려 한 강남구보건소 관계자들 역시 의료인으로서의 양심을 저버렸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kind3@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