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는 작년 9월 글로벌 금융위기 발발 이후 어떤 업계보다도 혹독한 시련기를 거쳤다. 전국 미분양이 16만채에 달할 정도로 주택경기가 위축되고 대형 개발사업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 올스톱되면서 대형 건설사들도 생존의 위협을 받았다. 대주단(貸主團) 가입 여부를 둘러싼 숨바꼭질과 워크아웃이란 부실기업 구조조정을 거치는 올 상반기까지 건설업계 채용시장도 동시에 얼어붙었다. 대형 건설사인 GS건설도 연간 채용하는 신입사원의 3분의 1가량을 상반기(작년 상반기엔 50명)에 뽑았으나 올 상반기엔 한 명도 선발하지 못했다.

하지만 정부가 발주하는 도로 등 사회기반시설 공사물량이 앞당겨지면서 건설업계에 숨통이 트였고 토목직 등 기술직 수요가 크게 늘어나는 계기가 됐다. 이에 따라 올 하반기 건설업계의 채용 규모만 놓고 보면 작년 하반기를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 채용 규모가 증가하는 추세라는 점이 건설업계 취업을 목표로 하는 젊은이들에게 위안이 되고 있다.

올 하반기 건설업계 신규채용에선 어학실력,특히 회화실력과 불어 스페인어 등 영어 이외 어학실력이 상당한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분양가 상한제 등의 여파로 국내 주택시장에서 수익성이 급격히 나빠지는 반면 국제유가 회복으로 해외건설시장이 다시금 부활하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자기 회사에서 인턴 경험을 한 지원자를 모두 우대해주고 있어 인턴십 프로그램에 적극 참여하는 것도 취업성공의 지름길이 되고 있다.

오는 22일까지 신입사원을 모집하는 현대건설이 대표적인 경우다. 이 회사는 신입사원 전형절차에 영어 인터뷰를 집어넣고 있다. 원어민 면접관이 지켜보는 가운데 3~4명의 지원자들이 특정 주제를 놓고 영어 자유토론을 벌이게 된다. 현대건설은 이달 중 서류전형을 거쳐 필기전형(인 · 적성검사),영어 인터뷰,면접을 보고 10월 말~11월 초에 최종 선발할 계획이다. 면접관들은 지원자의 학력과 학점,어학성적,출신지역 등의 정보를 보지 않고 면접을 진행한다. 작년 290명을 뽑은 이 회사는 아직 올해 공채인원은 확정하지 않았다. '○○○'명으로만 예정하고 있다.

한화건설은 오는 17일까지 신입사원을 모집한다. 그룹공채를 통해 약 60명을 뽑을 예정이다. 토목 건축 기계 전기 · 전자는 물론 어문과 인문 등 전공자를 다양하게 선발한다. 영어성적 우수자,특히 영어회화가 능통한 지원자를 우대한다. 이를 위해선 ESPT 등 국가공인 말하기평가 성적을 제출해야 한다. 한화건설 인턴 경험이 있는 사람은 서류와 1차면접을 면제시켜준다. 이 경우에도 그룹 인 · 적성검사인 HAT는 응시해야 한다.

역시 17일까지 지원서를 받는 SK건설은 말하기와 글쓰기 능력을 포괄적으로 측정하는 G-telp 시험을 치러야 한다. 자기소개서 등을 보는 서류전형과 SK종합적성검사,G-telp 등 필기전형을 거쳐 면접을 실시한다. 회사 측은 "SK가 원하는 글로벌 인재는 일과 싸워 이기는 패기를 갖춰야 한다"며 "채용인원 수를 특정하지 않고 두자릿수선에서 필요한 사람이라면 뽑는다는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오는 21일부터 10월8일까지 신입사원을 모집하는 동부건설은 '센트레빌 대학생 홍보대사'를 채용 시 우대한다. 홍보대사로 활동한 사람만큼 동부건설에 대한 애정과 이해도를 갖추기 힘들다는 판단에서다. 단,건축 · 주택부문 지원 시에 우대해준다는 조건이다. 채용인원은 ○○명으로 구체적 규모는 미정이다. '변화와 창의를 바탕으로 한 고객지향적,성과창출형 전문인'을 동부의 인재상으로 삼고 있다.

GS건설은 지난 14일 지원서 접수를 마감했지만 불어 스페인어 등 제2외국어 능통자를 우대한다. 아프리카 등지 해외건설 현장의 전문인력이 필요한 때문이다. '창의적 기업가 정신'을 인재상으로 정립하고 있으며 승부근성과 창조적 열정을 갖되 조직중심으로 사고하는 사람을 등용하고 있다. 작년 하반기(100명)와 비슷하거나 조금 더 늘어난 인원을 충원하기로 했다.

이 밖에 대림산업은 올해 인턴을 마친 100여명 중 절반 정도를 내년 1월 정직원으로 채용할 방침이다. 올 상반기 30여명을 뽑은 롯데건설은 다음 달 모집공고를 내고 그룹공채를 통해 50~60명을 채용할 계획이다. 금호건설도 9월 말 공고가 나는 그룹공채를 통해 신입사원을 모집한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