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시행규칙은 일반적 기준 제시한 것"

업무와 질병과의 인과관계가 뚜렷한 경우 관련법의 시행규칙상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했다 해도 업무상재해로 인정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업무상재해 판단에 있어 행정청이 정한 시행규칙상의 기준은 참고사항일 뿐 절대적인 잣대가 될 수 없다는 취지의 판결이어서 상급심의 판단이 주목된다.

서울행정법원 행정6단독 정총령 판사는 김모(42)씨가 "업무로 인한 소음성 난청이 장해등급 인정 기준에 미달한다는 이유로 장해급여 지급을 거절한 처분을 취소하라"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14일 밝혔다.

김씨는 1992년부터 기아자동차 화성공장에서 도장공으로 근무하면서 차체 도장작업 후 생긴 불량 부분을 그라인더로 갈아내고 고압의 에어호스로 제거하는 등 상당한 소음에 노출된 업무를 해왔다.

2007년 진찰 결과 소음성 난청 진단을 받은 김씨는 근로복지공단에 장해급여를 신청했지만, 작업장의 소음노출 정도가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규칙(현 시행령)이 정한 소음성 난청의 업무상재해 인정 기준에 미달한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시행규칙은 '85dB 이상의 소음에 노출된 작업장에서 3년 이상 종사한 근로자로 한쪽 귀의 청력손실이 40dB 이상'인 경우 업무상재해로 보도록 규정하지만, 김씨는 작업장의 소음 노출과 청력손실 정도가 이 기준에 미달한다는 것.
그러나 재판부는 시행규칙상의 기준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위임에 따라 업무상재해로 인정할 수 있는 일반적인 기준을 제시한 것으로 봐야 하고, 그 밖의 방법에 의한 업무상 재해 인정을 배제하는 취지는 아니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원고는 오랜 기간 소음에 노출된 탓에 난청이 발생했고, 소음성 난청이 시행규칙상의 인정기준에 해당되는 근로자에게만 발생한다고 볼 의학적 근거가 없기 때문에 작업장의 소음이 인정기준에 미달한다는 이유만으로 업무상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웅 기자 abullapi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