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결과 브리핑.."부적절한 관계 폭로 두려워 범행"

지난 7월 전남 순천에서 발생한 `청산가리 막걸리 살인사건'은 부적절한 성관계 사실이 드러날 것을 두려워한 사망자 남편과 딸의 공모에 의한 범죄라고 검찰은 결론 내렸다.

광주지검 순천지청(지청장 조주태)은 14일 청산가리를 넣은 막걸리를 마시게 해 아내(어머니) B(59)씨를 숨지게 한 혐의(살인 등)로 A(59)씨와 딸(26)을 구속 기소하는 한편 브리핑을 통해 범행 전모를 밝혔다.


◇사건 개요 및 수사

지난 7월 6일 오전 순천시 황전면 한 마을에서 B씨 등 같은 동네 할머니 4명이 함께 막걸리를 마셨다가 2명은 숨지고, 막걸리를 뱉어낸 2명은 다행히 목숨을 건지는 사건이 일어났다.

사건 현장이 농촌지역이고 피해자들이 할머니들인 데다 원한관계 등도 찾기 어려워 미궁에 빠질 가능성이 매우 컸다.

애초 경찰이 수사를 벌였으나 진척이 없는 상태에서 피의자들이 같은 마을에 사는 엉뚱한 사람을 강간 등 성폭행 혐의로 고소했고, 이 사람이 결백을 호소하면서 검찰이 피의자들을 불러 진술을 받는 과정에서 참극의 단서를 찾아내면서 범행 전모가 드러났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범행 동기

검찰은 15년 전부터 부적절한 성관계를 유지해온 부녀가 이 사실을 알게 된 B씨와 지속적인 갈등을 빚어온 것이 범행의 결정적 동기로 보고 있다.

10여년 전부터 부녀간의 `용인할 수 없는 관계'를 알고 있던 B씨는 부녀를 수시로 질책했고 특히 딸이 채팅을 통해 만난 남자들과 분방한 교제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심하게 꾸중하곤 해 부녀의 `부적절한' 관계가 드러날 가능성이 더 커진 것도 범행 동기로 파악됐다는 것이 검찰의 설명이다.

부녀 가운데 누가 먼저 살해를 제의했는지에 대해 검찰은 "누가 먼저라고 단정하기 어렵고 서로 치밀하게 짜고 모의를 해 역할을 분담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또 B씨가 용인할 수 없는 두 사람의 관계를 10여년 이상 함구한다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는 질문에 "사실이며, 검찰도 이 부분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매우 곤혹스러워했다.

◇물증 논란

검찰은 이번 살인사건의 유력한 증거로 현장에서 피해자들이 마셨던 청산가리 막걸리와 피의자들의 자백(진술)을 제시했다.

막걸리에 대해서는 제조회사, 구입처 등 제조와 구입경로를 모두 파악했고 청산가리 첨가에 따른 막걸리의 변질과정 등에 대한 자료까지 세세하게 확보해 공소를 유지하는 데 문제가 없다는 판단이다.

또 문제의 청산가리도 오래전 A씨가 같은 마을 자전거 수리점에서 해충구제 등을 이유로 확보해둔 사실을 확인했고 피의자 자신들이 막걸리에 탔다는 진술도 확보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다만, 자전거 수리점은 청산가리 구입 당시에는 있었으나 현재는 사라지고 없고 주인도 이미 사망한 상태라고 검찰은 덧붙였다.

그러나 청산가리는 이번 살인사건의 핵심 물증인데도 존재 여부가 피의자들의 자백과 정황 등에만 의존하고 있어 물증 여부를 둘러싼 논란의 소지를 남겼다.

◇강압수사.피의자 지능 논란

이번 살인사건에 대해 유족은 "짜맞추기식 수사"라며 강압수사 의혹 등을 제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B씨의 동생은 "검찰이 지능이 떨어지는 조카(A씨의 딸)를 데려다 겁주고 구슬려서 자백을 받아냈다"며 "재판 과정에서 검찰 수사의 부당성을 알리겠다"고 밝혀 법정 공방을 예고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A씨 딸의 정신상태가 지극히 정상적이라며 '저 지능 논란'을 일축했다.

검찰은 진술내용의 일관성, 무고한 사람을 성폭행범으로 고소하는 등 치밀한 범행 은폐 시도, 관련 질환으로 치료받은 전력이 없는 점, 범행 당시까지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하고 있던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검찰은 또 강압수사 의혹과 관련, "인권침해.강압수사 논란 등을 사전에 막기 위해 수사.진술과정 등을 모두 녹화해뒀다"며 강압수사가 없었음을 강조했다.

(순천연합뉴스) 박성우 기자 3pedcrow@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