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조선산업은 물론 해양연구 기반과 관련 산업 발전의 획기적 촉매제가 될 한 · 러 공동연구소가 내년 1월께 전남 장성에 설립된다. 장성 나노바이오연구센터에 들어서는 'MT(첨단해양기술)-IT(정보통신기술) 융합기술센터'가 그 주인공이다. 이 센터에는 국내에서 광주과학기술원(GIST),목포대,목포해양대,나주 동신대 등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소재 극동해양연구소가 공동 참여하게 된다. 이번 공동연구소 설립은 지난해 9월 한 · 러 정상회담에서 극동 · 시베리아 자원개발이란 의제로 거론된 한 · 러 과학교류의 후속조치의 성격을 띤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이번 연구소 설립을 '해외우수연구소 유치 지원사업'으로 선정해 향후 6년 동안 모두 36억원의 운영예산을 지원할 계획이다. 이곳에서 연구개발될 아이템들은 조선과 해양 관련 IT장비와 네트워크 시스템들이다. 예컨대 선박의 항로표시용으로만 사용돼왔던 바다위 부표에 IT의 옷을 입혀 해수온도와 해류속도 등 바닷속 각종 데이터를 육상으로 전송하는 '인텔리전트 부표'를 개발하는 작업을 수행하게된다. 또 이 같은 지능형 부표들과 육상의 통제센터를 네트워크화해 해양 상황을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실시간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도 구축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쓰나미와 같은 대재앙도 예측하고 방비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 무인수중카메라와 선체청소로봇을 비롯 선박용 통신 어로장비 등 선박에 쓰이는 각종 고부가가치 전자장비 개발에도 나설 계획이어서 국내 조선기자재산업을 한단계 업그레이드시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특히 전남도는 이번 연구소 설립을 계기로 전략산업인 중형조선산업 육성 방향을 'IT융합조선산업'으로 전환하는 것을 적극 검토 중이다. 이 연구소가 2012년 완공될 영암 대불산단 내 과학기술진흥협력센터로 이전하면 이 연구소를 중심으로 해양기술진흥원으로 확대 개편하는 방안도 강구 중이다. 전남 장흥군도 이 연구소 설립과 연계해 중소선박 산업단지 조성을 계획하고 있다. 또 국내 선박용 전기제품 선두업체인 부산의 대양전기는 연구소 인근에 연구소나 생산시설 설립을 계획하는 등 인근 지역산업까지 파급효과를 미치고 있다. 연구소 설립을 총괄 추진해온 광주과기원 김기선 교수(정보통신공학과 · 사진)는 "러시아의 해양기계기술은 이미 30년 전 해저 6000㎞까지 들어가는 핵잠수함을 개발했을 정도로 앞서있으나 IT분야는 미국의 금수조치 등으로 정체돼 왔었다"며 "양국의 대표기술들이 융합하면 MT-IT분야에서 우리나라가 세계적인 기술 경쟁력을 갖추는 전기를 마련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조만간 참여기관 설명회를 하고 다음 달 중 러시아 극동해양연구소를 방문해 연구소 설립을 위한 최종 조율을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광주=최성국 기자 sk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