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후 2시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영일만신항. 높이 98m의 초대형 갠트리 크레인 2대가 굉음을 내고 있다. 대형 선박에서 컨테이너를 들어올리는 작업을 하느라 쉴새없는 모습이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작은 어촌마을에 불과했던 이곳이 지금은 연간 1조원의 생산유발 효과를 내는 동북아 물류 전진기지로 변신한 현장이다.

인근에 조성 중인 643만㎡규모의 영일만 배후단지. 도시가스와 물로 전기를 생산하는 포스코 연료전지공장과 현대중공업,강림중공업,신한기계 등 국내 굴지의 조선업체들이 입주해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여기서 자동차로 30여분 달리면 포항도심의 지곡 테크노밸리가 나온다. 이곳에는 포스텍(포항공대),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포항방사광가속기연구소,나노직접센터,지능로봇연구소,포항테크노파크 등 국내에서 보기 드문 완벽한 산학연관 모델이 구축돼 있다.



포항은 이처럼 세계적 규모의 철강산업에 이어 조선,물류,첨단과학 등의 신성장 동력을 골고루 갖춘 산업과학 중추도시로 탈바꿈했다. 인근 울산에 버금가는 부자도시란 소리를 듣는 이유다.

시 승격 60년을 맞은 포항의 이 같은 화려한 변신의 중심에는 항상 포항제철(현 포스코)이 있다. 무엇보다 첨단 과학벤처의 산실로 변신한 지곡테크노밸리의 기본틀을 짜는 데 포항제철이 후원자 역할을 톡톡히 했다. 지난 20년간 투자한 자금만 2조여원에 달한다. 이 때문에 포스코 41년 역사는 바로 포항의 발전사라고 부른다. 포항제철이 들어선 1968년 포항시 인구는 7만여명. 41년이 흐른 지금 포항시 인구는 7배가 넘는 51만3000여명에 이른다. 포항지역 10만여명 근로자 가운데 포스코와 연관된 근로자만 9만여명에 달해 포스코에 대한 포항시의 경제의존도는 가히 절대적이다.

그런 포항이 철강도시의 이미지를 완전히 벗어던지고 새로운 첨단과학 미래 명품 도시로의 변신을 재촉하고 있다. 박승호 포항시장은 "향후 20년 뒤 인구 90만명의 광역대도시로 발전하도록 시민역량을 총결집하겠다"는 영일만 르네상스 정책을 최근 선언했다. 이에 대해 포스코는 21세기 친환경 제철소 건설의지로 포항시 정책에 힘을 보탰다. 이미 포스코는 지금까지 1조5000억원을 투자해 먼지와 철강원료의 외부 유출을 원천 차단하는 그린제철소 시스템을 구축완료했다.

그런데도 정준양 포스코 회장의 주문은 계속된다. "철강산업이 지켜야 할 윤리로 녹색 환경경영을 실천해야 한다"며 조직원 내부의 작은 실천부터 철저히 요구하고 있는 것. 전 임직원 자전거 타기와 전 공장 금연,비만관리는 이 같은 정 회장의 녹색경영 실천의지에서 비롯됐다. 소리없이 포항을 21세기 최첨단 그린도시로 변화시키고 있는 포스코의 힘은 1982년 광양제철소가 들어선 전남 광양에도 그대로 이어졌다. 제철소가 들어서기 전 7만명에 불과했던 광양의 인구는 지금은 14만명 수준으로 전남 최고의 산업도시로 변신했고 재정자립도 1위의 부자도시로 거듭났다.

포스코 박영수 홍보팀장은 "포스코의 환경경영은 에너지 다소비,이산화탄소 배출이라는 철강산업의 근본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핵심전략인 동시에 지역과 영원히 상생하는 녹색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포항=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