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백악관에서 최근 공개한 한 장의 사진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오벌오피스(대통령 집무실)에서 업무에 열중하는 동안 딸 샤샤가 아빠를 놀라게 해주려고 소파 뒤로 살금살금 다가가는 장면이었다. 이 사진은 1963년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집무실에서 일하는 사이 아들 케네디 주니어가 책상 밑에서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장난치며 노는 사진과 오버랩되면서 흐뭇한 미소를 자아내게 했다.

두 사진 모두 대통령의 소박한 면모와 가정적인 모습이 부각돼 있지만,그 이면에는 사람들이 놓치기 쉬운 대통령의 성격 한 단면도 숨어 있다. 케네디 대통령의 책상은 젊은 대통령의 워커홀릭적인 면이 그대로 반영된 너저분한 모습이다. 반면 오바마 대통령의 넓직한 책상은 깨끗이 치워져 있어 깔끔한 주인의 모습을 여실히 보여준다.

한때 성공 지침서들이 각광받던 시절 '부자가 되려면 책상을 치워라'라는 책이 인기를 끈 적이 있다. 청소회사의 아르바이트에서 6개월 만에 최고경영자(CEO)로 초고속 승진한 저자의 성공 스토리는 무척 감동적이지만,그는 분명 주위에서 '멋스럽다'라는 평가는 받지 못했을 것 같다.

사람들은 흔히 멋진 책상을 사는 데 인색하지 않지만 책상을 꾸미는 일에는 대체로 서툰 편이다. 좋은 책상은 큰 돈을 들여 한 번만 사면 그만이지만,책상 위 소품들은 시간을 두고 차차 채워나가야 하기에 그 사람의 취향과 센스가 드러난다.

당신의 책상은 어떤 모습인가. 혹시 스타벅스에서 사은품으로 받은 머그잔에 온갖 싸구려 필기류가 잔뜩 꽂혀있지 않은가. 책상을 꾸미는 첫 단계는 무엇보다 자신의 취향과 나이,그리고 지위를 고려해 클래식한 분위기와 현대적인 무드 중 양자택일하는 것이다.

▼클래식 스타일로 꾸미기

클래식 스타일의 책상 소품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전체적인 톤을 맞추는 것이다. 우선 장중한 느낌의 목재 책상과 잘 어울리는 소품이 필요하다. 가죽으로 된 필통과 편지 봉투 커터,심지어 마우스 패드조차 비슷한 느낌의 제품으로 통일하는 것이 훨씬 멋스럽다. 통일성이 중요시되는 까닭에 책상 위 소품들을 아예 특정 브랜드에서 통째로 구입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프리마 클라쎄'나 '핫트랙스'에서는 고급스런 가죽 소품들을,'무인양품' 같은 곳에서는 가볍지만 깨끗한 소품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또한 현대 디자인의 총체라 할 수 있는 모마(MoMA) 온라인 숍에서도 종종 고풍스런 스타일의 소품들을 접할 수 있다.

클래식한 스타일의 책상 꾸미기는 실패할 확률이 적다는 장점이 있지만,자칫 개성이 하나도 드러나지 않고 그저 보여주기 위한 책상에 그칠 수 있다는 단점도 내포하고 있다. 이런 점을 보완하기 위해 고풍스런 소품들과 잘 어울리는 장식품들을 해외 출장 때나 인사동 고가게,이태원 해밀턴호텔 맞은편 앤틱 가게인 '바바리아'나 '엘리앤틱' 등에서 구입해 함께 매치하면 좋다. '크리스토플'같은 은 제품,'로얄 코펜하겐'같은 도자기 브랜드에서 나오는 소품들을 활용하면 자신만의 독특한 감성을 뽐낼 수도 있다.

너무 무거운 아이템으로만 채우면 자칫 딱딱한 이미지로 굳어질 수 있으므로 '프라다'의 멀티탭이나 '에르메스'의 와인 캘린더,'스토리숍'(www.storyshop.kr)에서 구할 수 있는 티블로 라디오나 '세컨드 호텔'(02-542-2229)처럼 독특하지만 위트 넘치는 제품들을 살짝 비치하는 것도 좋은 아이디어다.

▼모던 스타일로 꾸미기

CEO들에게 적합한 클래식한 분위기와 달리,현대적 무드는 젊은 비즈니스맨에게 잘 어울린다. 물론 나이와 상관없이 모던한 데스크로 분위기를 전환할 수도 있다. 디자인 제품으로 책상을 꾸밀 때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은 바로 컬러를 맞추는 것이다. 소품 하나하나가 맘에 든다 해도 전체적인 분위기와 어긋난다면 과감히 포기해야 한다.

제품 자체에 한계가 있는 클래식한 스타일과는 달리 요즘 나오는 디자인들은 너무 광범위하고 포괄적이어서 딱히 어느 한 스타일을 꼬집어 얘기하긴 어렵다. 다만 차가운 스틸 데스크를 갖고 있다면 조지 젠슨의 모던한 소품들이나 '뱅앤올룹슨'의 전화기 또는 스피커로 미래적인 느낌을 더하고,컬러풀한 디자인 데스크를 소유하고 있다면 '알레시'와 같은 디자인 브랜드나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카림 라시드,스테판 사그마이스터 등 디자이너들의 소품들을 매치하면 좋다.

책상 위 소품에도 시크한 스칸디나비아 스타일이 인기를 끌면서 신사동 가로수길에 들어선 스웨덴 문구 브랜드 '북바인더스디자인'(02-516-1155) 같은 미니멀한 제품들도 인기를 끌고 있다. 핫트랙스나 MoMA 온라인(privia.hyundaicard.com) 등 온라인 쇼핑도 좋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를 내기 위해선 역시 논현동 가구거리에 산재돼 있는 인테리어숍에서 직접 구경하며 쇼핑의 재미까지 함께 느껴보길 권한다.

김현태 월간 '데이즈드&컨퓨즈드' 수석 에디터kimhyeontae@gmail.com